“사람을 남기는 장사” 주방기구 외길 52년, 이우현 대표
대구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을 오가며 반세기 넘게 ‘주방기구’ 외길을 걸어온 이우현 대표.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다. 초등학교 졸업 후 1974년, 어린 나이에 고향 경북 고령을 떠나 대구로 올라온 그는 자취와 친인척 집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사회 첫발인 주방기구와의 인연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연탄불 마개를 사러 들른 가게에서 사장의 권유로 일을 배우며 이 길에 들어섰다. 이후 52년, 단 한 번도 업종을 바꾸지 않고 한 우물을 팠다.
그러나 그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거래처의 연쇄 부도로 타격을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서문시장 화재까지 겹치며 모든 것을 잃었다. 한때 하루 매출 수천만 원을 올리던 사업가는 결국 부도를 맞고 자동차에서 노숙 생활하는 신세가 됐다.
절망의 끝에서 그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도전, 중·고등 검정고시에 합격한다. 늦깎이 배움은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됐다.
이후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장사를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800만 원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신뢰를 무기로 다시 일어섰다. 처음 7평 점포에서 출발해 350평 규모 매장 두 곳을 운영하며 업계 선두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다. “성실과 신뢰” 그는 물건을 팔기 전에 “나를 먼저 판다”고 말한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자세로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을 남기는 장사’라는 것이다. 거래처가 부도를 내고 도망간 상황에서도 빚을 독촉하기보다 “잔액은 받은 것으로 정리할 테니 힘들면 밥 한끼하고 차한잔 마시고 가라”며 관계를 이어갔다. 오히려 이들을 협력자로 끌어들여 함께 재기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는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지만, 사람은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은 수많은 인연을 귀인으로 바꾸는 힘이 됐다. 지금 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온라인 유통 확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오프라인 상권이 전례 없는 불황을 맞고 있다. 그는 “손님이 크게 줄어 상인 모두가 힘든 시기”라며 철저한 품질 확인과 사후 책임으로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고 바쁜 생업 속에서도 요즘은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문학에 입문해 수필가로서 활동하며 자신의 삶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유무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