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과도한 확신과 확신, 편향과 편향의 충돌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확증편향의 덫에 갇힌 것을 모르거나 편향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오죽하면 ‘한국사회·성격심리학회’에서 ‘2024년 한국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현상은 확증편향’이라고 우려했겠는가.
심리학자 웨이슨(P. C. Wason)은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가치관·신념·판단에 부합하는 정보만 믿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성”이라고 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지편향’이다. 확증편향에 갇힌 사람이 증거라고 제시하는 사실(fact)은 ‘선택적 인식’에 의한 ‘선택적 사실’일 뿐이다.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에 좌우되기 쉬우며, 편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욱 감정적 행태를 보인다. 개인적 삶의 경험으로부터 축적된 인지편향은 매우 완고해서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가 거의 매일 접속하는 ‘유튜브 알고리즘(YouTube Algorithm)’의 영향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편향이 심화됨으로써 정신적 노예로 전락할 위험성은 커진다.
철학자 니체(F. Nietzsche)는 “확신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라고 경고했다. 성찰하지 않는 확신은 객관적 사실까지도 자신의 믿음에 맞게 왜곡해서 거짓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확증편향은 과도한 자신감과 교만함을 낳고, 정책결정과정에서 다양한 대안의 검토를 방해함으로써 심각한 오류를 초래하게 된다.
확증편향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 덫에서 벗어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적 오만’의 경계이다. 오만은 ‘무지’와 ‘확신’의 결합에서 나오기 때문에 인지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지적 겸손’과 ‘비판적 자기성찰’이 필수조건이다. 균형식이 건강에 좋듯이, 균형 잡힌 사고가 합리적 판단을 이끌어준다. 유유상종(類類相從)에서 비롯되는 집단사고(group think)의 오류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의 고언(苦言)을 경청해야 한다.
균형적 사고를 회복하려면 ‘열린 마음(open mind)’을 가져야 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만든 덫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확신의 덫에 갇히면 사고의 유연성을 잃는다. 지금은 일관성보다는 유연성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열린 마음이 전제될 때 비로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정 성향의 방송·신문·유튜브 등은 편식하지 않아야하고, 이념·정당·연령·종교가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어야 확증편향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사회의 비극은 타인의 편향은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편향은 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편향과 편견은 분열의 길’이며, ‘균형과 헤아림은 통합의 길’이다. 남북대치와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도 ‘망국적인 심리적 내전’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는 너무나 자명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