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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허무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다양한 일상 속 ‘탈출구’ 예술로 풀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6-09 19:38 게재일 2024-06-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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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시안미술관 특별 기획전<br/>11일~8월 25일까지 ‘AnyWay’ <br/>김채연·류은미·이이영 3人 참여<br/>관객들의 참여가 가능한 전시 등<br/>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제공
이이영作 ‘첫 눈’.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은 특별 기획전 ‘AnyWay’를 오는 11일부터 8월 25일까지 미술관 전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낙관적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일상에 관한 탐구를 담은 전시다. 낙관적 허무주의는 세계의 존재에 있어 이유가 없기에 삶에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철학적 사유다.

김채연作 ‘걷다, 우기’
김채연作 ‘걷다, 우기’

전시 ‘AnyWay’의 제목은 말 그대로 ‘그래도’, ‘여하튼’ 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Any’, ‘Way’ 두 단어를 합친 ‘어느 길’이라는 단어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청년작가 김채연, 류은미, 이이영 3명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허무주의가 팽배해진 오늘날의 시대상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탈출구를 예술로 풀어내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류은미作 ‘정의’
류은미作 ‘정의’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참여형 전시회인 이번 전시의 구성 중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김채연 작가의 스케치가 한 공간의 전면을 채우고, 관객은 스케치 안에 자신만의 색을 채워 넣는 과정을 통해 30m에 달하는 작품을 작가와 관객이 함께 완성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미술관에서는 정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고, 관객들에게 예술은 더 가까이,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을 소개하기 위한 장이다.

김채연은 ‘우울’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우기(雨氣)’라는 캐릭터로 관람객들과 다양한 감정을 공유한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며, 일상에 자연스레 내려 앉아있다. 김채연 작가는 그런 일상 속에서 잠들어있는 ‘우울’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우기’와 함께 일상에서의 탈출, ‘도시’와 반대되는 개념인 ‘자연’을 찾는 여행을 떠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대의 자연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AnyWay’전 포스터
‘AnyWay’전 포스터

류은미는 소통의 부재와 관련된 언어체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상대를 배려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기본소양이 돼버린 사회에서 ‘나’의 감정과 의사전달을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류 작가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과연 ‘제2의 언어’들이 해결할 수 있는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탐구하며 사용하는 제2의 언어들은 직설적이진 않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시켜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작가 본인의 이야기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이영은 일상의 순간을 담는다.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마치 산책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수집하고 기록한다. 이 행위는 언뜻 보면 그림일기와도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이영 작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한 기억과 기록들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를 희미하게 거울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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