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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정치’로는 民心 얻을 수 없다

등록일 2024-06-04 19:08 게재일 2024-06-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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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문을 열자마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을 겨냥한 특검법 폭주에 나서 분위기가 살벌하다. 

민주당은 가장 먼저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윤 대통령을 특검 표적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망 사건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던 날 윤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에서는 “탄핵까지 거의 온 것 아닌가”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온다.

중앙지검장 시절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던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최근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발의했다. 주가조작 의혹, 허위 경력 기재 사기, 뇌물성 전시회 후원,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인테리어 공사 특혜, 민간인의 대통령 부부 해외 순방 동행,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를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자신들 입맛대로 검사와 판사를 임명해 수사·재판을 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검 후보 2명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더 기막힌 것은 압수 수색, 구속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영장 전담 법관을 따로 지정하고, 재판도 전담 재판부가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원천배제한 법안이다.

조국혁신당은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한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법무장관 시절 자녀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가족 관련 의혹과, 작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설명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일각에선 “조민 아빠의 복수극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조국 대표 가족은 자녀 입시비리로 딸(조민)은 의사면허를 잃고 아내는 3년여 수형 생활을 했다. 조 대표도 유죄를 선고받고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과거 검찰이 내 딸은 일기장과 고교 생활기록부, 체크카드, 신용카드 내역을 조사했다. 그러나 한동훈 딸 같은 경우, 소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검찰의 불공정성을 제기했다.

야권은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21%까지 떨어진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나오자 입법폭주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든, 민심은 자기편이라는 것을 자신하고 있는 듯하다.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복수심과 증오심으로 가득 찬 장소로 변한 것 같아 충격적이다. 명색이 국민대의기관인 국회가 앞으로 ‘특검정치’라는 어둡고 파괴적인 어젠다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존재이유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많은 국민이 느끼고 있지만, 특검정국은 사법체계와 정부의 행정기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야권이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전 위원장을 처단대상으로 규정하고, 국회를 ‘복수의 장’으로 만들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일시적으로는 증오심에 가득 찬 보복정치가 민심을 얻는다는 착각을 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파멸을 불러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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