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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후회 속에서도 빛나는 삶의 의미를 찾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4-06-02 19:05 게재일 2024-06-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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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이슈 / 포항시립연극단 올해 첫 정기공연 ‘바냐 삼촌’<br/>  19∼22일까지 포항시청 대잠홀서<br/>  안톱 체홉 4대 장막 희곡 작품 중 하나<br/>“우리들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며<br/>  잠시나마 일상을 잊게 만드는 매력도”
포항시립연극단 공연 모습.  /포항시립연극단 제공
포항시립연극단 공연 모습. /포항시립연극단 제공

포항시립연극단은 제191회 정기공연 ‘바냐 삼촌’(안톤 체홉 작, 상임연출 박장렬)을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포항시청 대잠홀 무대에 올린다. 2시간 30분 동안 펼쳐질 이 연극은 시립연극단의 올해 첫 공연작이자, 박장렬 상임연출자의 첫 연출작이다.

‘바냐 삼촌’은 현대 러시아 연극의 기반을 다진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안톱 체홉의 4대 장막 희곡 중 하나다. 체홉이 초기 시절인 1889년 발표한 ‘숲의 수호신’을 개작해 1899년 모스크바에서 초연돼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상연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세계 각처에서 공연되고 있다.

작품은 우리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각성과 성찰로 삶의 막을 다시금 올리게 만드는, 혹은 우리를 한동안 일상에서 떠나있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흥 상인들의 출현으로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귀족 세력들이 몰락해 가던 시기였던 러시아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도시인의 세속적인 욕망과 시골 사람들의 순박함을 대비시키면서 거듭된 절망과 후회 속에서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냐 삼촌’ 포스터
‘바냐 삼촌’ 포스터

연극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3∼4개월에 걸쳐 비교적 짧지 않은 시간이 흘러간다. 그 시간은 단지 현재의 시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25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더러는 보이지 않는 막연한 미래를 조명하기도 한다. 이 시간의 폭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때로는 의지를 보이기도, 때로는 자신의 무위와 잉여적인 삶을 자책하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은 세레브랴코프(은퇴한 대학 교수), 엘레나(세레브랴코프의 아름답고 어린 27살의 두 번째 아내), 쏘냐(세레브랴코프의 첫 번째 부인이 낳은 똑똑한 딸), 마리아(세레브랴코프의 첫 번째 아내의 어머니), 보이니트스키(바냐 삼촌, 마리아의 아들이자 쏘냐의 외삼촌, 주인공), 아스트로프(시골 의사이자 철학자), 마리나(늙은 유모), 일꾼 등이다.

바냐는 사랑하는 누이 베랴가 죽은 후 조카 소냐,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매부 세레브랴코프 교수의 시골 영지를 관리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여름 퇴직한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새 아내 엘레나를 데리고 돌아오자, 바냐는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았던 매부가 한갓 속물에 지나지 않음에 큰 실망과 허탈감에 빠진다. 더구나 엘레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바냐의 괴로움은 더욱 깊어 간다. 매부가 영지를 팔고 도시로 가겠다고 선언하자 그 땅을 가꾸고 지키는 데 한평생을 바친 바냐는 절망에 빠지는데….

연출을 맡은 박장렬(59·사진) 상임연출자는 서울 대학로를 무대 삼아 30년 넘게 연극 연출과 작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친 중진 연출자다.

고(故)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국내 최초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이혈’, ‘이등병의 편지’, ‘페퍼는 나쁘지 않아’ 등 걸출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교류하며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 실력 있는 연출자로 평가된다.

박장렬 상임연출자는 “‘바냐 삼촌’의 주된 메시지는 우리의 삶이 힘들고 고달파도 살아가야만 하며 현재의 고난보다 미래의 행복을 희망하자는 것”이라면서 “비극 같으면서도 희극 요소가 짙어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체홉의 희곡에는 불명확한 긴장감, 호수 같은 잔잔함, 애수, 사랑, 절망, 희망 등으로 가득 차 있는 현대인들이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전했다. ‘바냐 삼촌’은 19∼21일 오후 7시 30분, 22일 오후 4시에 공연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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