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세대라면 누구나 옛 장터에서의 정겨웠던 추억 한두 가지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시끌벅적한 시장을 구경하며 설레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구미역 앞에는 오랜 전통을 가진 ‘새마을중앙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구미의 역사와 함께 부침을 겪어왔다.
70∼80년대 전성기를 누리며 구미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시대가 변하고 지역이 쇠퇴하면서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밤에는 불이 꺼지고 점점 침체되어 갔다.
그랬던 새마을중앙시장이 최근에는 주말 저녁이면 구름 인파가 몰리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지난 4월 새롭게 개장한 ‘달달한 낭만야시장’의 인기 덕분이다.
개장 첫 주 4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고, 일부 가게는 평소의 6배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시작부터 대박을 터트렸다.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찾고 있는데, 서울의 한 방문객은 “서울 명동과 남대문을 옮겨 놓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구미는 산업도시로 잘 알려졌지만, 그만큼 회색도시, 노잼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며 굳어진 구미의 이런 이미지를 한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구미가 가진 고유한 특성과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주변의 익숙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구미의 대표 관광지인 금오산엔 알록달록 깜찍한 의자와 예쁜 포토존을 설치하고 잔디밭 출입도 자유롭게 허용했다. 낙동강 수변공간에는 스포츠 시설을 비롯해 특색있는 휴식 공간과 산책 코스를 더해 새로운 힐링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구미 IC를 비롯한 도심 주요 장소에는 내년 개최되는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기념해 ‘WEICOME TO GUMI’, ‘승리의 주먹’ 등 다이내믹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경관조명을 더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다. 젊은이들의 거리 ‘금리단길’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손길로 골목골목 개성을 더하고 있고, 지역특색을 살린 ‘구미푸드페스티벌’과 ‘라면축제’는 새로운 도심 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알리며, 구미의 심심하고 지루했던 도시 이미지 틀을 깨부쉈다.
돌이켜보면, ‘낭만야시장’도 관행으로부터의 탈피,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수십 년을 이렇게 해왔는데 잘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 ‘대구와 다른 도시에서 이미 하고 있는데 구미에서 성공하겠느냐’는 의구심. 극복해야 했다. 끓는 물 속에서 익숙함을 즐기는 개구리를 기다리는 것은 결국 죽음뿐이지 않은가.
국내외 내로라하는 야시장을 찾아 힌트를 얻고, 수차례 난상토론을 거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나갔다. 그저 그런 야시장으로 끝나지 않도록 전문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완성도를 높이고, 다른 곳과의 차별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시장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대학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조명 하나, 메뉴 개발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고, 한식대가와 외식업계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렇게 해서 ‘달달한 낭만야시장’이 탄생했고,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덕분에 시장 안의 국수골목, 순대골목, 족발골목 등 잊혀 가던 골목길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게 됐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더 보강해서 야시장의 활기찬 기운을 문화로와 금리단길을 비롯한 원도심 전역에 퍼트리고, 도시 구석구석에 구미의 새로운 색깔을 입혀나가려고 한다.
익숙함 너머의 새로움을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도시, 깊은 정취와 넘치는 활기로 밤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시. 낭만도시 구미의 달달한 매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