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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가고 여름이 오건만…

등록일 2024-05-29 18:18 게재일 2024-05-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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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조선의 농부들은 24개의 절기(節氣)로 계절을 구분하며 살았다. 국가 경제의 중심이자 핵심축이던 농사 준비도 그에 따랐다.

풍부하고 넉넉한 햇살 아래 세상 만물이 무럭무럭 자란다는 소만(小滿·음력 4월)은 이미 지났고, 벼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의미를 가진 망종(芒種·음력 5월)이 바로 눈앞으로 닥쳤다.

동서양 불문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지구 위에 없다. 지난 수천 년간이 그랬고, 앞으로의 수천 년 또한 그럴 터.

소만과 망종이 있는 양력 5월 말과 6월 초 사이는 갖가지 나물 맛있고 나들이하기 더없이 좋은 봄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황경 75도에 다다른 뜨거운 태양 아래 푸른 바다가 청춘들을 유혹하는 여름의 들머리다. 춥지도 않고 크게 덥지도 않기에 옛사람들은 이 시기를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곤 했다.

헌데 세상사는 ‘여왕’이라 불러도 좋은 이 시절과는 무관한 모양이다. 2024년 망종 직전의 이 나라 정치·경제·사회적 풍경은 여왕이 아닌 ‘여비(女婢)’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온갖 특검법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로 정치권이 악머구리처럼 시끄럽고, 월급쟁이와 소상공인 모두가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서로를 철천지원수인양 헐뜯는 세태도 지난 정권과 크게 다를 바 없고.

망종 다음의 절기는 하지(夏至)다. 지구의 가장 북쪽에서 내려쬐는 햇볕이 세상을 환하고 뜨겁게 밝히는 시절이 목전인 것. 한국의 모든 갈등과 반목이 그 햇볕에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녹아 화해와 화합으로 양질전화(量質轉化)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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