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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멈췄지만…” 옛 경주역 인근 시장 돌아보기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4-05-28 19:25 게재일 2024-05-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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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집·메리야스·뜨개방 ‘추억 소환’
경주의 정겨운 시장 풍경 속을 걸어보면 어떨까?
짙은 햇볕이 덧씌워진 도심의 벽들은 오후가 되자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많은 이들을 태우고 오가던 기차가 멈춘 역은 이름이 한 글자 늘어났다.

구 경주역 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예전엔 여행을 하기 위해 주차를 했다면 이젠 길 건너 시장에 가기 위해 이용하는 중이다. 특정 금액 이상을 구입할 경우 상점에서 무료 주차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시장 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시장 입구가 보인다. 시장에 들어서자 익숙한 시장 냄새가 난다. 모든 삶이 엉켜진 냄새.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 냄새는 변함이 없다. 긴 세월동안 시장 안 풍경은 계속 달라졌음에도 그것만은 여전하다.


휴일이라 문을 닫은 가게들이 더러 보였다. 채소 가게 상인은 조용한 시간을 맞아 깊은 잠에 빠져있다. 한산했던 입구 통로와는 달리 먹자골목은 휴일 임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산처럼 쌓인 우엉조림 옆으로 김밥들이 말아져 있다. 꽤 많은 양의 김밥이었지만 이내 소진될 것이란 자신감이 상인의 표정에서 보였다.


가게마다 아래로 매달린 노란 등이 음식들을 더 맛깔스럽게 비추고 있다. 중간중간 자리를 잡고 떡볶이와 어묵을 먹고 있는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띈다. SNS와 방송의 영향인지 젊은 관광객들이 늘어난 듯하다.


높은 물가 탓에 시장 음식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가성비가 좋은 게 이곳이다. 방송 이후 예약이 필수가 된 통닭집, 다양한 반찬을 뷔페식으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 문어 도시락 전문점, 맛과 양 모두를 잡은 순대 전문점 등은 늘 인기다.


그 중 김밥집과 순대 전문점은 메뉴는 같지만 단골이 갈려 늘 찾는 가게만 찾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성비 식당으로 인기가 높은 한식뷔페 식당은 시장 가운데 합동식당 안에 위치하고 있다. 내부엔 다양한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보통 두 종류의 국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 반찬을 알아서 담아먹는 방식이다.


복작복작 거리던 골목을 돌아서자 한복집, 메리야스 가게, 뜨개방 등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메리야스라고 크게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그 시절 속옷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S사와 B사가 간판마다 적혀있다. 빛바랜 간판 속 글자 폰트가 옛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중심가에선 보기 힘들었던 속옷 전문점이 시장 안엔 꽤 남아있었다. 조금 더 지나자 회 코너가 나타났다. 경주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육지와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간 이내에 바다에 이를 수 있기에 시장에서도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인근에서만 잡힌다는 참가자미는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다. 명절엔 주문이 밀려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포장 주문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육류 코너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외국인들에게 간단한 단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는 상인이 보였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손님 손에 검은 봉지가 쥐어지는걸 보니 세상을 생존 하는데 있어 그리 많은 단어를 요구하지 않는듯하다.


여행지에 가면 시장을 찾게 되는데 시장은 그 도시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성동시장은 큰 메리트가 있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큰 규모, 관광지임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 관광코스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찻길은 멈췄지만 시장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관광지에서 원도심, 시장으로 이어지는 길. 빛나던 그 시절을 다시금 만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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