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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유채라니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05-16 18:44 게재일 2024-05-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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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지구공원의 보라색 유채꽃이 영천으로 사람들을 부른다.
보라색 유채라니, 진짜일까 그런 꽃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확인하러 영천생태지구공원으로 갔다. 산에 오르며 자연을 제대로 즐기는 지인으로부터 영천에 보라색 유채가 가득하다고 추천받았다. 한눈에 반할 거라고 장담하기에 인터넷에 검색하니 영천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내비게이션에 ‘영천생태지구공원’이라고 입력하니 다리 밑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차를 세운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자 바로 보라색 꽃밭이 펼쳐졌다. 금호강을 따라 걸으니 강변에 보라색 천을 길게 늘어놓은 것 같다. 잔잔한 강물에 아파트 그림자가 들어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걷다 보니 장미정원과 터널도 있었다. 곧 5월의 여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피어날 것이다. 빈 밭에 이름표만 있는 곳도 계절 따라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자 앞은 그야말로 보라색의 바다였다. 소풍 나온 사람들이 웃음소리를 날리며 사진찍기에 푹 빠졌다.

보라 유채는 소래풀이라는 본명이 있다. 제갈량이 군사용 식량으로 길렀다고 해서 제갈채라고 하고, 제비냉이라고도 부르니, 이름이 여러 개다. 가을에 씨를 뿌리면 월동하고 봄에 꽃이 핀다. 서리를 맞지 않게 돌봐야 봄에 이쁜 꽃을 많이 피운다니 영천시에서 잘 돌본 모양이다.


영천은 신라시대에 절야화, 골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757년에 임고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는 영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서 1413년에 영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지도서’에 따르면 “영천이 남천과 북천 둘 물줄기가 합류하는 안쪽에 있는데 물줄기가 영(永)자 모양을 이루고 있어 영천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지역의 생김새와 관련해 이름이 붙여졌음을 알 수 있다. 또 여러 산과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금호강 상류를 형성하고, 그 물길이 곳곳에 비옥한 땅을 일구어놓았다. 이런 지리적인 환경 때문에 영천은 예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영천시 구암동에 청못이 있다. 청못은 신라시대 법흥왕 때 논농사를 위한 수리시설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을 통해서도 예부터 영천 지역에서 농업이 성했음을 알 수 있다. 물줄기를 따라 꽃구경을 실컷 했으니 영천의 또 다른 자랑인 소머리국밥으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공원에서 큰길만 건너면 영천공설시장이다. 국밥 골목이 길게 형성되어 북적인다. 일행들과 어울려 가장 유명하다는 곳에 들어가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국물이 진하고 잡내가 나지 않았다. 뚝배기 가득 담겨온 고기로 넉넉한 인심이 느껴졌다.


배를 채웠으니 시장 구경을 했다. 없는 것이 없는 큰 시장이었다. 내륙인데도 영천은 돔베기가 유명하다. 경상도 제사상에 꼭 올라 한 자리를 차지하는 명물이다. 주차장도 넓고 아케이드 덕분에 비가 와도 걱정 없는 시장이었다.


예로부터 영천은 동해와 대구 사이에 위치하고, 아래쪽에 경주와 인접해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동해안에서 잡은 해산물을 경상북도 군위나 의성, 칠곡, 선산, 달성, 경산 등으로 공급하는 중간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산지도 많아 일제강점기 때까지 벌꿀을 비롯해 인삼, 송이, 대마, 산약 같은 임산물이 특산물로 생산되기도 했다. 영천시장은 수산물과 약재 등의 집산으로 인해 영남 3대 시장의 하나로 성장했다.


곧 영천 한약 축제가 열리고(5월 17∼19일), 작약 축제까지 더해 풍성한 볼거리를 더한다. 작약 축제 장소는 화남면, 화북면, 대전동, 보현산 약초식물원 등 여러 곳이다. 5월 19일까지 약초축제와 함께 열린다. 영천으로 놀러 오라는 신호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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