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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오해 때문이라고요?

등록일 2024-05-12 19:49 게재일 2024-05-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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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포털에서 갑자기 ‘라인’ 매각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네이버에서 개발한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이다. 라인은 오래전 몇 번 써본 경험이 있어, 무슨 일인가 궁금증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살펴보았다. 잘 알지 못하던 사건이라도 인터넷을 검색하여 기사나 뉴스를 최소 10개 정도라도 찾아보면, 어느 정도 윤곽을 알게 된다.

이번 라인 사태는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게 네이버와 지분 관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다. 지분 관계 개선이란, 네이버의 지분을 일본의 라인야후에게 매각하라는 뜻이다. 이미 2021년부터 일본 정부는 네이버의 보안 소홀 문제를 트집 잡고 있던 터였는데, 작년 8월과 11월에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유일한 한국인 이사였던 신중호 CPO를 이사에서 사퇴시켰는데, 문책이라는 의혹이 많다고 한다. 4월 29일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총무성의 조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행정지도일 뿐이라며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닌 것처럼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라인 사태’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하여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분 뺏기로 보안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데다, 일본에서 선례를 남기면 다른 나라에서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난 9일 조국혁신당의 이해민 홍보위원장이 급하게 했다는 기자 회견을 보니, 절반의 궁금증은 모두 걱정으로 변했다. 한국 외교부가 일본 총무성에 요청하기를,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해라고 한국 언론에 전화라도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오해라는 말을 들으니, 언젠가 정부는 잘하고 있는데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던 기사가 생각나면서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태의 대응책을 찾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하나는 일본 총무성이 3월과 4월 연달아 행정지도를 했는데, 정부는 왜 5월 10일에서야 유감 입장을 내놓았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라인 사태는 정말 민간 기업 간의 문제이고, 그래서 네이버가 요청해야만 지원할 사안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에 상당히 신경 썼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라인을 한국 기업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애매하게 지분을 50 대 50으로 균형을 맞췄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발표한 네이버 입장문을 읽자니, 글자 하나하나 얼마나 신중한지 한눈에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요청을 기다린다는 것은 얄팍한 핑계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라인 사태가 민간 기업 간의 문제인가 하는 것이다. 이미 총무성에서 라인야후에 지분 관계 시정을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민간 차원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그러니 정부가 이것을 민간 기업 문제라고 나서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술 나눠 마셨다고 친구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똑바로 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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