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햄버거·치킨 줄줄이 올라<br/>잇단 기념일 챙기자니 한숨만
자연의 싱그러움과 사랑이 넘치는 5월이다. 하지만 가정의 달 5월은 마음 쓸 일도 많아 일년 중 지출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결혼식 등 기념일이 줄을 서듯 순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선물과 외식비, 나들이까지 챙기면 100만 원이 훌쩍 넘어 가계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외식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에겐 밖에서 밥 사 먹기가 고민이 되고 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외식 물가의 상승률(3.4%)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0.3%로 높게 나타났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64.1%인 25개 물가가 평균보다 높았는데 외식 물가가 평균을 넘는 현상이 2021년 6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북에서도 3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3.2%로 나타나 서민 생활과 관련한 물가가 대부분 올랐음을 보여 주고 있다.
김밥과 햄버거, 치킨 등 분식류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인데 얇아진 지갑 탓에 편하게 사 먹는 메뉴에서 쉽게 사 먹지 못하는 가격이 되고 있다. 초등학생이 있는 주부들도 아이들에게 “김밥은 쉽게 사주는 외식 메뉴였는데 한 줄에 4000원인 시대가 됐다. 최근에는 햄버거도 불고기버거 세트를 300원이나 더 주고 사 먹었다. 주말이면 피자와 치킨도 자주 시켜 먹었는데 이제는 그 횟수도 줄여야겠다. 외식비 인상에 5월이 반갑지 않다”고 한다.
포항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 모(35) 씨는 “매년 어버이날 즈음해서 부모님과 가족 식사를 하고 용돈을 30만 원씩 드렸다. 올해는 외식비도 많이 올라서 가성비 좋은 곳으로 가려고 알아보고 있다. 부모님 용돈도 좀 줄일까 생각 중이다. 아이가 있으면 더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돈 쓸 일 많은 가정의 달 5월은 한 취업정보업체(잡코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한 명이 5월에 추가로 지출하는 돈은 평균 54만 원으로 집계 되었다. 특히 기혼자는 양가 부모님과 자녀들까지 챙겨야 할 사람도 많아 미혼 직장인보다 지출이 20만 원 더 많았다. 그리고 직장인의 5월에 지출되는 평균 경비는 80만 원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이 5월이 힘들고 부담이 되고 지출이 줄줄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는 가운데 외식이 많은 5월에 가격 인상을 하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재료비와 인건비, 배달료 상승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가정의 달 5월은 늘 곁에 있어도 소중함을 몰랐던, 그리고 멀리 떨어져 소홀했던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또 가족이라도 바쁜 생활 속에서 일 년 중 함께 즐기며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최근의 경제 상황이 외식비 인상 등 주머니 사정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따뜻하고 정감 있는 가족의 시간만큼은 줄일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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