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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정체성에 대한 몰두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5-07 18:15 게재일 2024-05-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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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양미술관 ‘2024 신규 기획’ 박현기·진 마이어슨展<br/>박현기- 비디오·TV 사용 백남준과 함께 ‘비디오 아트 선구자’로 불려<br/>진 마이어슨- QR코드 배치, 관람객들 AR 통한 실제·가상 공존 체험
‘박현기:사유하는 미디어’전 포스터(왼쪽), ‘진 마이어슨:Finding The Shore’전 포스터. /ⓒ Wooy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경주 우양미술관이 ‘박현기 : 사유하는 미디어’와 ‘진 마이어슨 : Finding The Shore’라는 주제로 2024 신규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박현기 : 사유하는 미디어’는 우양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진 마이어슨 : Finding The Shore’는 제2전시실에서 각각 열리며 전시 기간은 오는 9월 1일까지다.

 

△‘박현기 : 사유하는 미디어’

이번 전시의 부제 ‘사유하는 미디어’는 박현기(1942~2000)가 사용한 물질과 비물질적 매체를 향해 품고 있는 작가의 자기 고찰적 생각을 발견하고, 작가가 작품에 은유한 자신의 정체성, 나아가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총 48점, 13개의 작품 시리즈로 설치, 회화, 영상과 음성, 아카이브로 구성해 1970년 후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 작가의 대표작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1970년대 당시 국내에서는 최신 기술로 다뤄지던 비디오와 TV를 자신 작업에 적극 사용했다. 그러나 사고의 시각을 넓히는 목적으로 이를 하나의 매체로 활용했으며, 매체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았던 작품의 시기를 눈여겨보고 이를 통해 백남준과 함께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칭송되는 박 작가만의 서사적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작품의 주요 매체인 ‘돌’은 자연을 상징하며 동시에 자연과 인간, 자연과 기술을 매개하는 사물로 등장한다. 특히 ‘무제(TV 돌탑)’ 시리즈에서는 실제 돌과 브라운관을 통해 송출되는 이미지상의 돌이 같이 쌓여 있다. 이는 관람자에게 시각적 혼란을 야기해 실재와 허상의 관계를 격차 없이 평준화시키고, 자연과 기술의 관계를 보여준다.

박현기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모든 사물과 존재는 서로 관계하고 있다’다. 생물과 무생물을 넘어 물질과 비물질까지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세상은 자연히 흘러간다. 전시를 통해 정적으로 구성된 공간 안에서 나 자신 역시 주변과 끊임없이 상호작용 중임을 인식하고, 작가와 함께 스스로의 정체성을 깊이 사유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진 마이어슨 : Finding The Shore’

한국계 미국인 작가 진 마이어슨(52)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됐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캔버스에 담아낸다. 작가가 작품에 활용하는 이미지는 여행의 추억 같은 사적 영역에서 사회적, 국가적 이슈 등의 공적영역까지 폭넓게 나타난다. 작가는 경험과 관련한 이미지를 수집, 선별하고 여기에 포토샵, 컴퓨터 그래픽(CG), 3D 스캔 등 디지털 기술로 무작위 왜곡, 반전, 확장과 축소를 반복 실행한다. 이렇게 뒤틀린 이미지는 붓으로 캔버스에 옮겨지면서 작가의 의지에 따라 변형돼 표현된다.

이러한 왜곡의 의미는 사람의 기억이 갖는 한계에 대한 시각화이며, 동시에 작가가 어린 소년이었던 1976년에 겪은 미국으로의 입양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표상이다. 작가는 여기에 QR코드를 배치해 관람객이 작가가 직접 제작한 AR(Augme nted Reality·증강현실)을 덧씌워 실제와 가상을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 기기의 화면 속에서 관람객은 실제 작품, 가상의 작품, 나 자신이 혼재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작품을 통해 모두와 공유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을 은유한다.

전시장 초입에 설치돼 있는 대형 삼베에 투영되는 아련한 그래픽 이미지로 시작되는 이 전시는 작가 작품의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주요 작품들이 다수 선보이는 만큼 작가의 의식 흐름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으며 전시장 전체에 흐르는 아우라를 통해 진 마이어슨 작가의 ‘의미 있는 회복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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