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면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그다지 건강하고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은 곧 나라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우울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23년에 조사한 우리나라 아동행복지수는 4점 만점에 1.66점으로 조사 대상인 OECD 22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돈·성적 향상·자격증 등의 ‘물질적 가치’를 언급한 아이들이 38.6%로 가장 많았다. 가족·친구 등의 ‘관계적 가치’는 33.5%, 건강·자유·종교 등의 ‘개인적 가치’는 27.9%에 그쳤다. 관계적 가치를 꼽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행복점수가 높게 나타났는데, 2009년 대비 관계적 가치를 꼽은 비율이 10.8%포인트 줄어든 반면 물질적 가치는 9.5%포인트 증가했다.
어려서부터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사교육 등으로 내몰리는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구나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5~14세 우울증 환자는 9621명에 달했다. 2017년에는 6421명이었는데 불과 3년 만에 49.8% 급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의 우울증 환자가 68만169명에서 83만7808명으로 23.2%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훨씬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범죄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는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의 범죄 피의자 역시 2018년 1143명에서 2020년 2851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국제아동권리기구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수행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도 한국 어린이들은 35개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우선 공교육의 위기적 징후가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만족도와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가운데 공교육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교육격차의 문제도 심각하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교육환경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는 경쟁을 부추기는 성적위주의 교육, 지식의 도구화에서 오는 폐해이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교육환경의 기술적 변화에 대한 대책마련이다. 학교교육의 디지털화로 ‘신기술들이 간편함과 효용성을 제공하지만 교육내용과 운영 시스템 자체를 기술과 그 시장에 점점 더 의존케 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으며, 직접 경험이 최소화된 학습활동이 증가하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전인적 상호작용도 제한되는 단점이 나타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음에도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일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한 무엇보다 우선의 과제가 바로 어린이들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