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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아내 쾌유 비는 마음을 담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4-16 18:50 게재일 2024-04-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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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명 ‘돌소지전’ 5월10일까지<br/>부인 손글씨 위에 돌 붙여 완성
‘돌소지’전 모습. /조현명 시인 제공
오랜 간병 중에 병든 아내와 함께 만든 특별한 캘리 작품을 전시한 시인이 있어 화제다. 전 포항문인협회 사무국장이었던 조현명 시인은 아내(배영희)가 2017년 7월 뇌암과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됐을 때 간병을 위해 오래 이어온 교직을 그만뒀다.

재활을 도우며 함께 걷는 길 위에서 틈틈이 작은 돌을 주워 아내의 글씨 위에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 질병의 고통 중에서 얻은 깨달음과 깊은 마음의 소리들을 담은 작품들이기도 하다.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는 작품전의 제목은 성경 누가복음 19장 40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축약해 ‘돌소지’라 이름을 붙였다. 중의적으로 돌소지란 말은 ‘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소지하고 있다’ 또는 ‘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드러낼 소지가 있다’는 생각을 담아 지어졌다.

시인의 병든 아내의 글씨는 소박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데가 있다. 돌들은 모두 자연석으로 그 위에 새겨진 세월과 흔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을 만들며 돌 위에 새겨진 것은 하나님의 자연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조 시인은 말했다. 그래서 작품 전체에서 묘한 신비감이 느껴진다. 돌이 가진 메시지와 편안한 캘리 글씨가 만나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작품들이 오롯이 전시회가 됐다.

일본의 대문호 엔도 슈샤쿠의 ‘침묵’이란 소설의 전주곡격인 ‘애가’라는 단편집에 나오는 ‘구관조의 눈’은 병실에서 내다보는 세상과 그 눈의 슬픔을 노래한다. 이 구관조의 눈을 닮은 돌과 내용은 이번 전시를 드러내는 중심 작품이라 말하기도 했다.

문양이 선명해서 자연석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손댄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작품도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10일까지 포항대학 정문 앞 ‘지르디노 델이든’에서 이어진다. 돌소지 누리집 https://dolsoji.modoo.at/ 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누리집을 통해 시인의 간병 중 얻은 생각들을 담은 시들도 만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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