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음악제’ 예술감독 공모제 전환보다 더 필요한 것은…<br/>박유신 예술감독 후임 공모 추진에 ‘초빙’ 방식 추천 등 의견 분분<br/>행정절차·인력소모 등 문제점도 대두, 객관적 ‘여론 수렴’ 공감대
전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관심이 포항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포항음악제’ 박유신 예술감독의 임기가 만료됐고, 음악제 주최 측인 (재)포항문화재단이 최근 위촉직인 후임 예술감독직 선정에 대해 공모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포항문화재단은 2021년 포항음악제를 기획 공연 차원으로 진행, 지난해까지 매년 성공적인 축제로 이끌어왔다. 이와 같은 성공에는 당시 교수 등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위촉된 포항 출신 첼리스트 박유신 초대 예술감독의 공이 지대하다. 박 예술감독은 최고의 실내악 축제를 모토로 매년 다양한 편성과 구성으로 무대를 기획해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실내악단 카잘스 콰르텟 등 세계적 명성의 연주가들을 초청,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의 폭을 넓혀줘 많은 음악가에게 문화도시로서의 포항 이미지를 각인하기에 충분했다.
포항문화재단이 시민들의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향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이 포항음악제다. 포항음악제는 포항시의 경제 발전과 문화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시민의 문화적 견문과 역량을 높여 주기 위해 시작했고, 시민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포항음악제는 포항의 문화 역량을 알리는 음악제이지 지역 음악인들의 음악 활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 것은 분명 아니다. 음악제(Music Festival)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문화 이벤트여야 한다.
포항문화재단이 지난 3월 25일과 4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 음악가 9명을 초청해 가진 ‘포항음악제 지역협력 방안 모색을 위한 티타임’에서 일부 음악인들로부터 “지역 예술가들이 포항음악제에 배제됐다”라는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전해진다. 예술감독을 선정할 때마다 나오는 여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모인 듯 공모 아닌 공모제로 가기보다는 음악제를 잘 이끌어 갈 것으로 판단되는 예술감독을 초빙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은 지역이 낳은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와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최고의 품격을 지닌 음악축제를 창출해내어 성공했는데, 세계적 명성의 음악 예술가들의 집합 장소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루체른페스티벌은 오페라 중심의 주변 페스티벌과 차별화한 관현악 중심의 기악 분야로 집중해 정체성 확립에 성공했다. 한국의 통영국제음악제 또한 국제음악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저명한 해외음악가들이 대거 참가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했다. 포항음악제는 세계적 음악제들이 이룬 성공 요인과 발전 사례들을 교훈 삼아야 한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새로운 대표이사가 부임, 새로운 포항음악제 구상을 위한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 지역 음악인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간담회 절차 등 여론 수렴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지역 한 음악인은 “박유신 감독은 적은 개런티에도 고향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가지고 훌륭한 포항음악제를 개최해 국내 3대 음악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포항 음악 문화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며 “예술감독 위촉을 위해 마련한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려 하는 포항시 차원의 행정 절차, 인력 소모 등 여러 문제점은 재고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악인은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대학 후에 포항으로 왔다. 3회 내내 포항음악제를 관람했는데 포항이라는 작은 도시에 유명한 연주자들이 와서 포항에서 연주한다는 것만으로 포항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고 포항음악제가 개최되면 어느 때보다 생기 있는 모습의 포항시민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며 “다만 인구 14만의 조그만 어촌동네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도시로 우뚝 선 통영국제음악제 등처럼 포항 시민의 자랑이 될만한 음악축제로 자리잡기 위한 조직위원회 설립 등 보다 체계적인 조직 운영 등에 대한 재단의 연구와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지역 예술계에서조차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르면 5월 중 포항음악제 예술감독에 대한 공개모집이 진행된다. 이러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에 앞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해 세계적 음악축제를 가진 음악 도시의 명성을 가질 수 있기를 많은 시민은 기대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