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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을 얻는 혁신

등록일 2024-01-07 18:37 게재일 2024-0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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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역린’은 1776년 만 24세의 나이로 임금 자리에 오른 조선 22대 왕 정조의 암살을 다룬 영화이다.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노론과 정순왕후 세력에 홀로 맞서 싸우는 정조의 인간적인 면과 군주로서의 면모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왕의 시중을 드는 상책 갑수는 어려서부터 암살을 목적으로 길러져 정조 곁에 있으면서 암살을 시도하다가 정조의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을 바꿔 오히려 양 아버지인 상선을 죽이고 정조를 구한다.

정조는 경연장에서 왕을 허수아비처럼 대하고 사서오경만을 반복하는 신하들에게 문자를 넘어 실제를 논하고 그 근거와 대안을 논해야 진정한 경연이고 학습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자 중용 23장을 인용하여 대신들을 나무란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정조라는 군주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했다.

필자 역시 혁신활동을 국내는 물론 해외 다수의 국가에 전파하면서 느낀 것은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교훈이야 말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혁신활동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P사의 현장 혁신 활동은 4개월간 현업에서 Off되어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리더 과정과 일상업무 중에 발생하는 불합리한 부분을 해결하는 일상개선활동이 있다. 이 모두를 경험한 직원들 중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여 인재창조원 6개월 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인증을 통해 현장 활동을 지도하는 QSS FT(퍼실리테이터)자격을 부여한다.

QSS FT로 임명된 후 2년간 활동을 하는데 초기에 현장 직원들을 찾아가면 냉대하거나 가끔 전화를 통해 ‘이런걸 뭐 하러 하느냐!’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직원이 있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현장에 자주 찾아가서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도와주라고 조언한다.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도와주다 보면 은연중에 본인의 말이나 태도에 묻어 나오게 되며 직원들은 실제 그렇게 해서 1년 정도가 지나면 ‘조언해준 대로 하니 직원들이 고마워하고 찾는 사람이 많아 졌습니다’라고 하는 QSS FT가 많다. 심지어 2년간 활동 후 현업에 복귀하여 협의회 대표가 된 경우도 있고 부서장에게 인정 받아 복귀하면서 바로 직책을 맡아 가기도 한다. 영화 ‘역린’의 중용 23장 말 그대로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되고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게 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게 된다. 밝아지게 되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공간적으로는 나와 동료, 시간적으로 지금과 나중 모두가 좋아지는 진리와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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