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통 주차장 힘들게 주차하고 나면 <br/>포항사랑카드 받는 곳 몇군데 안되고<br/>현금만 받거나 통장으로 송금 요구해<br/>퉁명스런 응대로 손님과 시비 붙기도<br/>재래시장 활성화 위한 보호 정책에도<br/>다시 찾고 싶은 친절·따뜻함 등 아쉬워
제사 장을 보기 위해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큰 마트 가려니 휴업일이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의 보호목적으로 2012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재래시장은 다소 번잡스럽긴 해도 큰 마트에서는 사용불가인 지역화폐 포항사랑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죽도시장은 주차부터 힘들다. 2004년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대구에서 40분이면 죽도시장에서 싱싱한 활어 회를 즐길 수 있어 주말이면 외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데다 더구나 지금은 대게와 과메기 맛이 제철이라 여행객이 전국에서 찾아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월 죽도 어시장 앞도로의 땅 꺼짐 현상이 쉽게 복구가 되지 않아 교통 체증이 더 심화되어 시장의 진입도로가 그야말로 거대한 주차장이다. 죽도시장을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는 차량도 보인다.
힘들게 주차를 하고 곧장 어시장으로 가 생선을 고르고 포항사랑카드를 내미니 카드기기가 없단다. 현금이 없다하니 송금 가능한 통장번호를 내민다. 카드를 내민 손은 민망하고 현금을 송금하는 손은 시리고 성가시다. 신선도를 확인하려는 듯 생선을 뒤적이는 손님에게 “안 살 거면 건드리지 마소!!”라는 일부 상인의 퉁명스런 응대가 손님과 시비로 이어지고 지켜보는 방문객들은 불편하다. 미역을 사면서도, 소라를 사면서도, 도넛 가게에서도, 달인 반줄 김밥 가게에서도 포항사랑카드는 쓸 수 없었다. 이들 가게도 카드기기 자체가 없다고 했다. ‘카드기기가 없어서’‘나이가 들어서’ ‘난전이라서’ 등 많은 이유로 상인들은 카드를 외면했다. 다행히 과일가게와 식육점 등은 순순히 카드를 받아주니 그 당연함이 외려 고맙게 느껴진다.
지역화폐는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 향상을 위하고 재래시장을 살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발행되었다. 그러나 정작 죽도시장은 지류는 받지만 카드는 받지 않는 상인이 많다. 전국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시장 골목골목은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붐비고 시장을 찾은 그 많은 사람은 상인들의 현금 요구가 당연하다는 듯 폰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송금을 한다. 카드를 거부하고 현금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재래시장만의 권리인가?
죽도시장은 50년 전 갈대밭이 무성했던 포항 내항의 늪지대의 노점상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형성되었고 1969년 10월에 죽도시장 번영회가 정식 설립되었다. 1천여개에 달하는 점포수를 가지게 된 지금의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에 있는 전통시장 중 단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재래시장 상인들을 위해 대형마트가 주기적인 의무 휴업 규제 속에 있고, 죽도 어시장 땅 꺼짐 현상으로 심화된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인한 시장 상인들의 영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포항 시에서도 죽도시장 상인들을 보호하려 힘쓰는 정책들이 많다. 그러면, 죽도시장 상인들은 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친절하려고 진정 노력하고 있는가?
타 지역 방문객들로 붐비는 죽도시장은 포항의 얼굴이다.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은 죽도시장은 지금 시설이 현대화 되고,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 상인이 늘어나는 등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시장 상인들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고객 응대로 누구나 다시 찾고 싶은 시장의 이미지로 구축해 나간다면 포항의 이미지도 더불어 제고(提高) 될 것이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싣고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을 빠져나오며 포항사랑카드를 내미니 일반 카드만 사용가능 하단다. 재래시장 상인들을 위해 발행 된 카드를 시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에서 받으면 되겠냐는 것이다.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박귀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