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10년새 1천여곳 폐원<br/>보육절벽 우려에 학부모들 한숨
대구와 경북에서도 최근 10년 사이 1천200여 곳 넘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그중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이 원아 수 급감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대구는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이 2012년 722곳, 643곳에서 2022년에는 407곳과 316곳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는 2012년 911곳이던 민간어린이집이 2022년 594곳으로 34%(317곳)으로 줄었고 가정어린이집도 2012년 1천81곳에서 2022년에는 495곳으로 54%(584곳)나 줄어 급감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충원율 또한 마찬가지다. 대구와 경북이 2012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대구는 83%에서 71%, 경북은 80%에서 68%로 떨어졌다. 이는 수치로 보면 원아 수가 두 곳 모두 2만여 명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포항시 북구에서 20여 년 넘게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이모(54)씨는 “원래 만 0~2세 가정어린이집과 만 3~5세 어린이집 두 곳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수년 전 아파트에서 운영하던 가정어린이집은 더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남편과 두 곳을 운영하며 차도 3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1대로 아이들의 등원과 하원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원장 조모(50)씨는 “아파트 단지가 커서 가정어린이집이 3곳이 있었는데 한 곳은 버티다 결국 작년에 문을 닫았다. 앞으로 어린이집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출산이 아닌 초저출산 시대로 가면서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어린이집을 문 닫는 것뿐 아니라 시설의 유지는 물론 어린이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도 사라진다. 첫 번째는 원장이 될 것이고 뒤를 이어 어린이집 교사들이 그렇고 차량 기사와 조리사 등 그 규모에 따라 10여 명 안팎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포항시 남구에 거주하는 유 모(48)씨는 “주부로 지내다가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 어린이집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데 이제는 필요할 때만 사람을 쓰다 보니 앞으로 계속 못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이 확연히 줄어든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보육이 필요한 곳에서는 제대로 어린이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거주하는 정 모(31)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떨어져 친정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는데 이제 돌 지난 아들을 맡길 때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흥해에 있는 가정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내가 일을 포기해야 하나 여러 번 고민을 한다. 아이를 더 낳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포항에서 오랜 기간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한 원장(65)은 “까다로운 규정을 충족해서 어린이집을 개설했는데 이런 시설들이 원아 수 급감으로 인해 문을 닫으면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출산율 감소에 따라 고용도 불안해지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까지 부족해지면 시설유지도 어렵다. 갈수록 아이들이 줄어들겠지만 소규모 맞춤형의 가정어린이집을 원하는 부모는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곳에 보육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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