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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록

등록일 2023-12-12 17:04 게재일 2023-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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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이런저런 송년모임도 많아지고 소소한 만남도 잦아들게 된다. 대설 지난 겨울날씨답잖게 며칠간 봄날같이 포근하다가 하룻밤새 비바람이 휘몰아치며 흔들어댄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 분위기에 가뜩이나 뒤숭숭해지는 마음인데, 날씨마저 어설프고 변덕을 부리니 거리엔 귀가를 서두르는 발걸음이 다급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날씨를 핑계삼아(?) 일찌감치 식당이나 주점에 눌러앉아 차나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우며 더 오래 송년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나 사회인, 동창·동문 모임, 계모임, 친구 등과의 모임에는 으레 연말에 한 차례씩 송년회 또는 망년회의 명목으로 각종 만남을 가지게 된다. 지내온 한 해 동안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으니 뒤도 옆도 보면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자주 연락이나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의 자리에 살아가는 얘기와 한 해를 돌아보며 애환을 나눌 수 있다면 한결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한 해 동안 있었던 온갖 괴로움과 불행을 잊어버리자는 뜻으로 갖는 모임의 망년회(忘年會) 보다는, 세월의 저편으로 한 해를 보내야 하는 길목에서 아쉬움과 고마움을 나누기 위한 모임의 송년회(送年會)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진이다. 모처럼 만나는 반가운 얼굴과 정겨움을 나누는 오붓한 분위기를 사진은 고스란히 담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아련한 예전의 모습과 현재의 실상을 비교하여 세월의 주름 같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사진이다. 시간의 지층 속에 촬영 당시의 단면을 확연히 보여주기에, 세월이 지날수록 흐릿하고 잊혀져 가는 기억과 생각을 다시 소환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사진은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사진 한 장에 아련한 추억과 얽혀진 스토리가 배여 있기에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고 하는 걸까?

사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기록은 역사의 원천이며 지식의 보고이다. 무엇이든지 쓰고 그리거나 기호로 나타냄으로써 보거나 알게 되고 소통하고 기억하게 된다. 사진이 영상이나 이미지로 추억을 소환한다면, 기록은 문자나 기호로 생각이나 기억을 일깨워준다.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을 글자로 기록하고, 글로 기록하기 어려운 요소를 이미지로 드러낸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모바일 매체가 일반화된 현대는 빡빡한 양식의 문서보다는 글과 그림, 도표, 도형 등으로 간략 명쾌하고 단순하게 표출하는 이미지 메이킹을 필수적으로 여길 정도다.

하루하루 쏜살같이 지나가는 일상을 추출하여 뉘엿뉘엿 세모의 나이테에 기록으로 남기고 사진으로 담아둔다면, 생생하고 풍부한 삶의 일면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기록을 통해 기억하고 사진 속에서 좋은 추억을 아로새길 수 있을 때 연륜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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