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갤러리 웰 ‘포항 한시, 화상과 필묵의 콜라보레이션’展<br/>지역 중진 작가들 명소 배경으로 한 한시·사진 작품 66점 선보여
“孤城依山麓 官居竹裏開/曉窓賓出日 怳似到蓬來(외로운 성은 산기슭에 의지하고/대나무 숲속의 관사는 열려있네/새벽 창으로 뜨는 해 공손히 맞이하니/신선 사는 봉래산에 온 듯 황홀하네.)’-유수 선생 시 ‘題長鬐邑城(장기읍성을 노래하며)’
“吾輩緣何事 偶來寄海蓬/庵中明月隱 樓上淸風從(우리 때에 무슨 인연이 있었나/어쩌다 해봉사에 몸을 맡겼네. 밝은 달은 암자에 가려있고 누대엔 맑은 바람이 들어오네.)”-권만 선생 시 ‘滯雨海蓬寺(비 때문에 해봉사에 머물며)’
서예가와 사진작가의 만남. 포항의 중진 서예가들과 사진작가들이 ‘포항한시, 화상과 필묵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주제로 콜라보 전시회를 갖는다.
포항예술진흥원(원장 정광수) 주최로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포항 호텔영일대 갤러리 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조선시대 유학자와 문신들이 남긴 포항의 명소를 배경으로 쓴 한시 서예 작품과 사진 작품 66점이 선보인다.
한시는 옛 선인들의 정신과 지혜가 오롯이 담겨있는 ‘고급 창작 문화’로서, 구전으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그곳을 명소로 만들었다. 유배지에서 눈물로 쓴 실학자들의 한시 또한 세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자연 명승지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한시 서예 작품들은 포항 10경, 흥해 8경, 오도 9경, 곡강 8경, 덕계 9곡, 방산 8경, 구룡포 8경, 대동배 8경, 입암 28경, 옥계 37경 등 포항의 명소를 노래한 한시들 중에서 정몽주, 송시열, 정약용, 이언적, 김시습, 조경, 신유한 등 대가들의 작품들이 망라돼 있다.
경북지역을 대표하는 김영선, 김영룡 서예가를 비롯해 김복선, 김영교, 이분조, 이외상, 정랑자, 최규숙, 한영자 등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초대작가 9명의 서예가가 참여해 다양한 서체의 서예 작품 33점을 내놓는다. 한국사진작가협회 경북지회 부지회장인 권일영 사진작가를 비롯해 권태철, 노홍기, 유소피아, 윤용희, 이은진, 임승희, 정광수, 허미숙, 황정희 등 9명의 한국사진작가협회 포항지부 회원들은 33점의 사진 작품을 출품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광수 포항예술진흥원장은 “우리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은 주옥같은 시들을 품어준 유적지이며 문화다. 이번 전시는 이런 한시들과 명소들을 서예가와 사진가가 함께 그 시대와 현재를 회상해 보고 문화적 가치를 이어가고자 기획됐다”며 “지역민들에게 한시의 멋과 가치, 그리고 지역 문화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