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하늘과 서늘한 바람 결에 산과 들의 빛 어림이 나날이 짙어가고 있다. 푸르던 들판은 차츰 황금물결로 넘실대고, 산자락의 잎새는 가볍게 흔들리며 엷게 물들어가고 있다. 청록을 자랑하던 수풀은 기온의 변화에 하나씩 잎사귀를 떨구거나 변색으로 수런대며 서서히 산하를 물들일 채비다. 이른바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번째의 봄’이라는 가을은, 햇살과 바람과 구름과 이슬이 번갈아 초목을 쓰다듬고 어우르며 두번째의 봄을 부르고 있다.
그렇게 가을이 오면 사람들의 가슴도 설렘과 그리움으로 물들기 마련이다. 화사한 단풍에 젖어 구르몽의 시를 읊조리기도 하고 흩날리는 낙엽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가 하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파란 하늘과 오색영롱한 풍엽은 감성의 바다에 빠져들게 하기도 할 것이다. 눈으로 보이고 귀에 들리는 자연의 변주곡이 온갖 상념(想念)의 촉수를 자극하는 10월은, 다채로운 축제와 전시·공연이 많고 각종 행사가 줄을 잇는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10월 첫 주부터 열린 경북예술제가 아닐까 싶다. 경북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예술을 통해 도민의 정서순화에 이바지하며 새로운 문화 경북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제45회 경북예술제’ 개막식이 지난 6일 경산에서 열렸다.
민족의 스승이신 원효대사, 설총선생, 일연선사를 기리는 삼성현(三聖賢)역사문화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경북도 행정부지사, 경산시장 등의 내빈과 경북예술인,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억의 노래가락과 신명난 타북 마당, 경북예술상 시상, 축하공연 등이 진행되는 동안 노을 마저 곱게 피어나 시종 흥겹고 아름다운 예술제의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사)한국예총 경상북도연합회 산하의 8개 단체에서는 경산시 및 기타 지역에서 부문별 특색있고 독창적인 전시, 공연 등 한마당 축제의 장이 성황리에 펼쳐졌다. 문인협회에서는 경북예술센터에서 ‘2023 경북문인 글과 그림전’을 다채롭게 선보이고, 미술협회에서는 아카이브 영상으로 온라인 작품전을 열었는가 하면, 사진과 음악을 비롯해 팝스 연주회, 연극, 국악한마당·무용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성을 살린 작품과 공연을 준비하여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도민들에게 풍부한 볼거리, 예술향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북예술의 정체성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융성의 기틀을 다지는데 일조했다.
경북예술인들의 땀과 열정으로 펼치는 경북예술제는 경상북도 최대의 문화축제이다. 장르별, 지역별 작가들의 예술적 가치와 문화적 창조력이 지속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창작활동을 지원하여, 지역 고유의 풍성한 문화유산과 잠재력을 발굴, 접목하여 미래지향적인 21세기 대한민국 예술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와 경제, 인구 등의 중앙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지만, 문화와 예술의 기반은 얼마든지 지역성을 살린 특성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문화로 소통하고 예술로 교감하는 일상이 윤택하고 아름답듯이,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이 곧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