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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와 먹, 흑백의 피륙으로 다시 태어나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8-02 19:54 게재일 2023-08-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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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화가 차계남 개인전<br/>10일까지 달서아트센터 갤러리<br/>대형 평면 부조작품 35점 전시
차계남作

대구 달서아트센터(DSAC)는 10일까지 달서갤러리에서 원로 화가 차계남(70·사진) 개인전을 연다. 40여 년간 먹과 한지를 주제료로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평면 부조’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는 대구 대표 여류 중진 작가로서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먹을 품은 붓의 시간’ 주제의 전시장에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의 대형 평면 부조 작품 35여 점을 선보인다. 올해 제작된 신작이 포함돼있는 만큼 작가의 현재 작업 방향과 더불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효성여대(옛 대구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에서 유학한 작가는 타피스리(Tapisserie) 직물과 사이잘 마(Sisal Hemp)에 깊이 탐닉한 끝에 섬유 조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는 한국적 요소인 한지와 먹을 새로운 재료로 채택해 다루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끊임없이 작업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사이잘 마로 입체 작품을 제작했던 제1기, 모든 색을 배제하고 오직 먹색에 골몰했던 제2기를 거쳐 제3기(2016년∼현재)에 도달한 작가는 단시간에 시각적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고행’을 동반한 작업에 깊이 매료됐다.

차계남 작가
차계남 작가

그는 한지에 먹으로 ‘반야심경’ 등 불교 경전 속 참선의 글귀를 무한히 써나간 뒤 일정한 폭과 길이로 자르고,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꼬아 노끈 형태로 제작한다. 평면이었던 종이는 이렇게 작가의 손에서 부피와 촉감을 가진 새로운 재료, ‘실’로 재탄생한다. 이 끈을 화면에 붙여나가는 과정에서 붓글씨는 점과 선, 그리고 여백이라는 형태로 교차하고 응집돼 마침내 흑백의 피륙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기’보다는 ‘수행’에 가까운 행위 끝에 완성된 작품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무수히 중첩된 시간성과 함께 작가만의 철학을 관조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달서아트센터의 올해 첫 기획전으로 마련됐다. DSAC 특별기획전은 시대를 선도하는 국내 유명작가 및 단체를 초청함으로써 양질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려는 지역민들의 예술적 열망을 충족시키고자 기획됐다. 관람료는 무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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