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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맛집 ‘포스코 오색불빛’ 다시 볼 날은 언제…

구경모기자
등록일 2023-07-12 20:13 게재일 2023-07-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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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  6㎞ 길이 경관 조명<br/>  태풍 힌남노 피해로 점등 중단<br/>“포항시가 나서 관리 해주길…”<br/>  시민·관광객들 재점등 손꼽아
지난 5월 24일 오후 형산강변에서 바라본 시험 운영 중인 경관 조명의 모습. /이용선기자

인기 극작가 이만희의 희곡 중에 ‘불 좀 꺼주세요’가 있다. 초연무대였던 지난 1992년 1월부터 1994년 12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1천157회의 장기 공연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당시 ‘여배우의 노출연기’, ‘최대관객 동원연극’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공연됐었다.

이후 1996년과 2000년, 2004년 등 잊힐만하면 재 공연돼 왔다. 두 남녀의 인연 깊은 삶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의 이중적 마음을 보여주는 이 극은 산골 여교사와 학교 농장일꾼으로 만나 사랑했던 두 남녀가 헤어진 뒤 중년이 돼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을 담아 국민들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994년 영화 ‘서편제’, 가수 김건모의 노래 ‘핑계’와 더불어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보존되기도 한 작품이다.


그런데 포항에는 그 극과 반대인 ‘불 좀 켜주세요’란 목소리가 나온다.


포항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포스코 야경’을 두고 제기되는 이야기다. 포스코는 지난 2004년부터 포항제철소 환경센터, 형산발전소와 정문 앞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해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화려한 불빛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왔다. 2009년부터는 제철소 외부조명을 LED로 교체했고, 2010년에는 포항 12경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에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포항시와 협력해 영일대 조망권 구간 총 6㎞에 걸쳐 세계 최장거리의 야간 경관조명을 완성했다. 이후 이 경관은 이것을 보기 위해 포항을 찾을 사람이 있을 만큼 지역 관광을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이 ‘포스코 야경’은 지난해 9월부터 볼 수 없는 상태다.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던 포스코 측이 태풍 힌남노마저 포항제철소를 덮쳐 아수라장이 되자 점등을 중단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재점등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포스코 아경을 보고 추억을 담았던 이들이나 포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불 꺼진 경관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장면을 핸드폰 속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 간다.


아쉬움이 있어서일까.


그리곤 한결 같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 “제발 불 좀 켜주세요”다.


박희영(27·상대동)씨는 “형산강변을 산책할 때마다 포스코 야경을 보면서 포항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되뇌었다.


이 야경은 올 국제불꽃축제 때 잠깐 켜진 적이 있다. 그때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은 계속 점등 되는 줄 알고 다들 반겼었다.


12일 오후 9시쯤 ‘포스코 야경’이 사라진 형산강변의 모습.  /구경모기자
12일 오후 9시쯤 ‘포스코 야경’이 사라진 형산강변의 모습. /구경모기자

그러나 이 야경은 축제 후 다시 꺼졌다. 이강혁(36·해도동)씨는 “포스코가 태풍 힌남노에다 국제 경기 하강으로 지금 어렵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도 태풍피해 복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얼마 전 포스코 회장께서 포항에 대한 투자도 늘리겠다고 약속하셨으니 이 부분부터라도 좀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포스코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대기업인데 너희들은 ‘이런 것도 못하니’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포항의 관광자원이라면 포항시가 나서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보면 포스코 입장에선 경관 제공 임대료를 달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냈다.


“불 좀 켜주세요”


포스코와 포항시가 머리를 맞대 포스코 야경 재점등은 물론 그것을 배경으로 한 극작품이라도 하나 멋지게 만들었으면 한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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