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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한국 역사에 자긍심 가져야”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7-09 19:07 게재일 2023-07-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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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명예교수 마크 피터슨<br/>한국의 5천 년, ‘침략·희생·무능’ 아닌 ‘평화와 안정’의 역사<br/>“일제강점기 등 형성된 수많은 왜곡의 한국사 바로잡고파”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인들은 한국의 역사를 잘못 알고 있습니다. ‘첫째, 한국의 5천 년 역사는 혼돈과 침략의 역사였고 둘째,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희생과 약자의 역사요, 셋째, 조선 왕조는 너무 길고 부패, 무능했으며 유교사상 때문에 결국은 나라까지 망했다’라는 지금의 일반적 한국사관은 내가 볼 때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제가 한국의 족보 연구를 하고, 한국의 선비문화를 알게 되면서 크게 느낀 것입니다. 평화가 관통한 한국의 역사, 그리고 항상 최선을 다해 잘 살아온 덕분에 지금 이렇게 강한 한국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인들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77)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 역사를 전공한 한국학자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 석·박사를 취득한 후 브리검영대학교에서 한국학을 30년 이상 가르쳤으며 2018년 은퇴했다. 2019년부터 ‘우물 밖의 개구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한국사, 한국어 교육, 한국의 국제관계,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등 다양한 주제로 한국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1946년생으로 1965년 선교 활동을 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수백 번의 한국 방문 경력이 있다. 한국어도 유창한 그가 최근 한국에 왔다.

 

-이번에는 어떤 목적으로 오셨는지?

△강연 초청을 많이 받았다. 익산의 지방자치개발원과 고양의 농협중앙교육원,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강연했다. 지난 5일에는 ‘한국은 왜 김·이·박씨가 많은가?’라는 주제로 포천역사문화관에서 박물관콘서트를 가졌다. 또한 작년에 출간한 ‘우물 밖의 개구리가 보는 한국사’를 홍보하기 위한 출판사의 행사도 가졌다. 사실 나는 한국 역사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바늘을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한국의 역사에는 왜곡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중 일부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듯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성인들을 대상으로 왜곡의 한국사를 바로잡고 싶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사용하고 한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것을 즐긴다.

 

-‘우물 밖의 개구리’라는 말이 재미있다. 왜 그렇게 지었는지 얘기해 준다면.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한국 속담이 있지 않은가. 우물 안에서 보는 하늘은 우물의 크기만 할 뿐이다. 보는 시야가 좁다는 뜻이다. 나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그래서 우물 밖에 있으니 보는 시야가 다르다는 뜻에서 ‘우물 밖의 개구리’라고 유튜브 채널 이름을 지었다. 외국인이자 한국학 전문가인 내가 ‘우물 밖’에서 한국의 역사를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내가 보는 흥미로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면서 한국인의 역사관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유튜브 개설 후 그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자는 제의가 와서 작년에 책이 나왔고 저자 사인회도 몇 차례 했다.

 

-‘우물 밖의 개구리가 보는 한국사’에 대해 얘기해 달라.

△ 이 책에서 한국 역사를 관통하는 주요 주제는 평화와 안정이다. 한국 역사를 흔히 ‘희생의 역사’라고 말하는데 나는 정반대다.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예를 들면 한국의 지폐에는 학자가 모델인데, 일본의 지폐에는 사무라이가 등장한다. 한국은 오랜 역사에도 왕조의 변화가 삼국, 고려, 조선 정도일 뿐이다. 고려와 조선에서 천년이 넘도록 필기시험(과거제도)을 통해 정부 관료를 채용해온 한국의 전통은 평화롭다. 반면 일본은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가며 자리를 계승했고 그것이 실패하면 자결했다. 한국의 긴 왕조, 외국의 침략, 왕릉 등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보면 평화의 역사라 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천년, 혹은 500년 이상을 지속한 왕조는 없다.

 

-평화의 한국사라니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면.

△긴 안목으로 보면 한국의 역사는 혼란의 역사가 아니라, 오랫동안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됐다. 한 왕조에서 다른 왕조로의 이행도 평화적으로 이행됐을 뿐만 아니라 왕조들은 안정돼 전쟁보다 평화의 시대가 더 길었다. 또 한국 역사는 침략으로 얼룩진 수난의 역사였다고 한탄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견해이다. 내가 볼 때 한국이 침략을 받은 것은 단 두 번, 1231년의 몽골의 침략과 1592년의 일본의 침략 두 번이다. 흔히 말하는 수백, 수천 번의 침략을 받았다는 것은 침략의 정확한 정의를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의 선비 정신도 매우 중요하다. 공부만 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고리타분한 꼰대가 아니라 당대의 지식인이며 교육자다. 한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이다. 교육열은 6·25 이후 한국이 재기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

△나는 77살이다. 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한 나는 내 유튜브 채널을 계속하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국을 계속 방문하고 싶다. ‘우물 밖의 개구리’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건 매우 즐겁다. 특히 즐거운 것은 흥미로운 댓글들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는 한국 역사와 유교를 공부했고 유교를 존중한다. 나의 호를 서유(西儒·서양에서 온 선비)라고 지었을 정도다. 하지만 내 유튜브 채널의 댓글에 유교에 대한 비판글이 너무나 많아 놀랐다. 대부분 유교에 대한 분노와 실망 글이다. 사실 유교의 폐해가 없진 않지만 유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많은 선(善)을 모르는 것 같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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