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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행복사회 여는 지름길”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3-07-06 19:54 게재일 2023-07-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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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황보관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 부회장<br/>구룡포서 ‘키다리 아저씨’로 불려<br/>40여년 전 지역 한얼향우회 가입<br/>어린이날엔 아이들 영화 보여줘<br/>초록우산 구룡포 프로젝트 진행<br/>후원금 4천100여만원과 자비로<br/>구룡포 아동놀이 문화공간 조성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아이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포항 구룡포읍에는 지난 수십년간 지역 아동 도우미로 유명한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 부회장 황보관현(65·사진)씨다.

황보 부회장은 어릴 적 ‘나눔의 삶’에 대한 꿈을 꾸며 자랐다고 했다.

“우리 윗대 한 할아버지가 어릴 적 부모님을 일찍 여읜 후 동네 아낙들의 동냥젖을 얻어먹으며 자랐다”면서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베푸는 사람이 돼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저에게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황보 부회장은 “어릴 적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 지금은 내 삶의 모토이자 원동력이 됐다”면서 “이제는 제가 자식들에게 ‘긍정적이고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돼라’고 가르친다”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40여 년 전 청년 시절 구룡포 한얼향후회에 가입한 황보 부회장은 매년 어린이날 아이들을 극장으로 초대해 영화를 보여 주고 간식과 선물을 나눠주는 봉사를 했다.

그러다 2008년도 NGO단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기부 문화 실천에 뛰어들었다.

그는 “어업인이 대부분인 구룡포 주민들은 고되고 위험한 직업 특성 때문에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않았다”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환하게 울려 퍼지는 동네를 만들자는 취지로 ‘초록우산 구룡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황보 부회장은 “놀이공간이 없어, 위험한 바다 방파제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철렁했다”며 “부모가 바다로 나가면 아이들이 며칠간 혼자 집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아이들 돌봄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사업이 시작되자 공감한 많은 마을주민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탰다”면서 “나머지 부족한 운영비용은, 송아지를 사서 키운 어미 소가 낳은 새끼를 팔아 마련하기도 했다”고 했다.

황보 부회장은 “주민들의 후원으로 4천100여만원을 모은 데 이어 각종 민관단체의 도움으로 지난 2018년 ‘구룡포 아동놀이 문화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아이들이 그네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옆 동네인 병포리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 센터가 경북 제1의 유일무이한 주민 주도로 개소한 돌봄센터”라며 가슴 뿌듯해 했다.

지난 세월 수많은 행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지난 2018년‘제2회 한미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꼽았다. “당시 아이들이 음악연주회를 제일 하고 싶어했지만 악기도, 지도 선생님도 없어 고생이 많았다”면서 “아이들이 6개월 동안 실력을 갈고 닦은 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연주했을 때는 정말 감동이었다”며 순간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황보 부회장은 “나눔은 받는 사람도, 나 자신도 모두 행복해지며, 행복사회를 여는 지름길이다”면서 “구룡포, 포항의 모든 주민들이 힘을 합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전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말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제20회 포항MBC·삼일 문화대상에서 봉사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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