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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과 의리와 聖人 지향한 지경의 삶 실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6-28 18:17 게재일 2023-06-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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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사)여중군자장계향선양회장 홍필남<br/>여중군자장계향선양회 회원 1천500여명, 장계향 선생의 삶·업적 선양운동 확산<br/>민족정신 승화 그림동화 발간·배포 등 건전한 사회 구축 예절교육 전도사로 활동<br/>조선 중기시대 극복한 선구자적 여성의 표상, 세계사 여성 인물로 부각되길 바라
홍필남 (사)여중군자장계향선양회장. /허미숙 사진가 제공

“장계향 선생은 남성 중심의 성리학 이념이 사회를 지배했던 조선 중기의 시대적 상황에서 어머니, 아내, 딸,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감당하고 전념하면서 시대정신을 극복하고 여성으로서 환경을 스스로 개척하며 애민사상을 실천한 선구자적 여성의 표상입니다.”

홍필남 (사)여중군자장계향선양회장은 “‘여중군자(女中君子)’라는 칭호가 곧 ‘장계향 정신’”이라고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몸으로 애민, 의리, 봉사 등 지경의 삶을 살며 탁월한 리더십으로 전쟁 중 고통받는 민초들을 보살핀 애국 애민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서 장계향 탄신 425주년 기념 춘계 선양 헌다례를 개최한 홍 회장을 지난 27일 만났다.

 

-장계향 선생의 ‘지경의 삶’을 알려달라.

△장계향(1598∼1680) 선생은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서 퇴계학파의 학맥을 이었던 조선 중기 학자 경당 장흥효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효성스러움이 남달랐을 뿐 아니라 옛사람의 끼친 아름답고 교훈되는 말씀을 즐겨 들음으로 장흥효가 극히 사랑해 소학과 시경, 논어 같은 글을 늘 가르쳐주었는데 줄줄 외우고 그 뜻을 풀이했다고 한다. ‘길을 감에 발이 가는 대로 걸었다(行言足步)’ 등 평소 생활에 끊임없이 마음공부를 수행하며 경(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부친 장흥효의 가르침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장계향 선생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소개한다면.

△장 선생은 시(詩), 서(書), 화(畵)에 재주와 학문적 소양을 가지고 온 평생 박애의 정으로 가족과 이웃에게 진심을 다했으며, 7명의 자식을 퇴계학의 학맥을 잇는 훌륭한 학자로 키워내는 등 모든 일에 모범을 보여 후세의 사표가 되고 있다. 또한 가족 공동체에서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인간적 본성을 다하여 스스로 인간답게 사느냐를 보여주는 이상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중기 여중군자라고 칭송되었고,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저자로 경북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성인물로서 1999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이달의 문화 인물’로 선정됐다.

 

-여군중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장계향 선생의 일생을 돌아보면, 현모양처 역할뿐만 아니라 효녀로서,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예절, 경(敬) 등을 실천했던 여성으로서 현대사회에서도 귀감이 될 만한 뛰어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전통 시대에 남성 유학자들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어서 자신의 일생보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이 더 부각되었다. 장계향에 관한 연구가 의미를 갖고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려면 그녀가 이룬 업적에 대한 현대적 해석에 의미가 부여되고, 더 나아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의미 있는 역할모델이 될 때, 장계향은 시대를 뛰어넘는 인물로서 추앙될 수 있을 것이다.

 

-장계향 선생의 정신 중 가장 귀감이 될만한 부분을 꼽는다면.

△선생은 선행과 의리와 성인(聖人)을 지향하며, “학문을 잘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사람답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인간의 가치를 끌어올린 그의 업적은 여성 리더십으로 귀결되며, 또한 그녀의 리더십은 이를 몸소 실천한 ‘실천적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중군자 장계향의 생애를 통해 나타난 성품과 품행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용한 모델로서 증명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여성들의 정신적 사표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여중군자장계향선양회를 소개해 달라.

△장계향 선생의 훌륭한 삶과 업적을 기리고 후세에 기억되고, 현대 여성의 삶의 지표로 삼고자 2011년 9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진행한 장계향 아카데미 회원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현재 경북도내 19개 지부에 1천5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장계향 선생의 삶과 사상 특강 및 세미나, 장계향 아카데미, 선양 헌다례, 선생이 남긴 최고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홍보 등 다채로운 행사로 선양 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홍 회장은 예절교육 전도사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간 활동을 알려달라.

△예절지도사와 평생교육사,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사, 다도정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고 성균관유도회 홍보부 중앙위원 등을 지냈다.

건전한 사회 가치를 세우고 유순한 풍속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 예절이 꼭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강의는 물론 전문분야 연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35년간 공직생활을 했으며 퇴직 후에는 포항시의원(5·7대 비례대표)으로, 포항문화원 부원장으로 일해왔다.

 

-가장 보람 있는 사업과 성과는.

△회장을 맡으면서 선양회를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과 함께 여중군자 장계향 정신을 어떻게 민족정신으로 승화할지를 현안과제로 삼았다. 그래서 올해 1월에 장계향 선생이 병자호란 때 피난민들에게 쒀줬던 도토리죽 이름을 딴 그림동화 ‘도토리 할머니 장계향’을 펴내 경북 도내 각 도서관에 배포했다. 또한 선생의 삶과 업적을 더 널리 선양하기 위해 서울, 대구, 울산 등 지회를 곧 창립하고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장계향 선생의 가르침과 뜻을 널리 선양하여 장계향 선생이 한국의 대표 역사 인물이자 세계여성사의 한 인물로 부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들마을은 1640년 장계향 선생의 남편인 이시명이 병자호란의 국치를 부끄럽게 여겨 벼슬을 버리고 들어와 형성한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언젠가 이곳의 문화관광해설사 한 분이 “그의 학덕과 인품이 신사임당 못지않은데, 널리 알리지 못해서 안타까울 뿐”이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이 시대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여성 인재의 사례로서 여중군자 장계향의 생애를 통해 나타난 성품과 품행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용한 모델로서 증명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여성들의 정신적 사표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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