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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信不立

등록일 2023-06-20 18:39 게재일 2023-06-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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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재잘재잘 새들은 노래하고 뭉게뭉게 구름꽃이 피어나며 여름날이 열리고 있다. 연중 낮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가 오늘이고 보면 벌써 반년이 마감되는 시점이다. 때이른 더위 탓인지 후끈한 대지의 열기 못지 않게 비지땀을 흘리며 지역사회를 위한 도움의 손길로 분주하고 하루가 모자라는 사람들이 있다. 포스코의 연중 봉사활동에 집중하며 다양한 나눔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얘기다.

이른바 ‘글로벌 모범시민위크’는 국내외 포스코그룹 임직원이 동시다발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특별봉사주간이다. 지난 9일~16일까지 8일간 진행된 ‘2023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는 포스코 직원 3천여명과 31개 협력사 1천여명 등이 포항시 전역 124곳을 방문해 다문화가정 사진촬영, 독거어르신 나들이, 자매마을 취약지역 개선 등의 활동으로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이 같은 특별봉사활동은 포스코봉사단의 창단일에 즈음해 그룹 임직원이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나눔·돌봄 활동과 지역생태 보전활동 등을 펼치는 특별봉사주간으로 20년째 매년 진행해 왔다. 지역상생과 협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이 기간뿐만 아니라 주말과 휴일을 활용해 일상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또한 직원들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 문제를 찾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실행하는 ‘체인지 마이 타운’ 사업 등과 연계해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봉사활동으로 꾸준한 나눔과 베풂의 온정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포스코의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 동반성장의 노력과 활동에도 불구하고 최근 포스코 본사 앞에서는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집회와 궐기대회가 열려 개탄스럽기만 하다. 포스코지주사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경찰 추산 시민 1천500여 명이 참여해 포스코를 상징하는 파란 근무복의 대역 민간인의 볼기를 치고 망나니 칼을 휘두르며 인형의 코를 자르는 등의 과격한 시위 퍼포먼스는 황당하다못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현실적인 범위 안에서 범대위와의 합의사항이 이행되고 있음에도 대낮에 버젓이 포항시민인 포스코 직원들의 자긍심을 짓밟는 행태는 묵과하기 어려울만큼 도를 넘은 것 같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無信不立)’는 말은 정치나 사회,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즉, 신뢰가 없으면 개인이나 국가가 존립하기 어려우므로 신의를 지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포스코와 포항시가 작년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대의가 엄연히 있고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나씩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난데없이 합의파기라도 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선동과 자극을 일삼는 처사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생명을 찬미하는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가 자연의 화음으로 들리는 것처럼, 성숙과 인내의 마음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미덕이 필요한 때다. 정성과 노력의 손길로 봉사의 꽃을 피워나가듯이, 합리적인 범주에서 믿음과 실행을 바탕으로 한 공존공생의 꽃이 피어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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