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템페라 작가 문혜린<br/>13∼18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br/>템페라 기법은 계란이 표현매체<br/>소중한 시간들 아름답게 형상화<br/>순금박 어우러져 신비로움 더해
문혜린(41) 작가는 중세 템페라 기법의 맥을 이어가는 30여 명의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템페라(tempera) 작가들 중 힙한 아티스트로 주목받는 작가다.
템페라는 안료를 계란 등의 수성 용매에 섞어 만든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라틴어의 ‘temperare(템페라레-안료와 매체의 혼합)’를 어원으로 하는 이 그림은 중세 유럽의 교회 미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서양에서 유화물감이 발견되기 이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료였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물감의 특질을 통한 템페라 고유의 특성과 표현기법이 발전했던 반면에 현대미술에서는 매체의 변용을 통한 예술가 자신의 다양한 표현법 연구로 나아가는 또 다른 도구의 역할로 발전하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템페라화(畵)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여는 문혜린 작가를 10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만났다.
-템페라화에 천착하고 있다. 템페라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템페라 성화의 성스러운 황금빛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템페라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대구가톨릭대학교 회화과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였다. 당시 대학원에는 2003년부터 동경예술대학교 문화재 보존수복 유화 연구실과 회화기법 재료학과에서 전통 템페라 기법 연구를 이어가던 송중덕 교수가 귀국 후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석·박사 과정을 통해 송 교수와 함께 자연스럽게 템페라 연구와 창작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송 교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황금배경템페라연구회에서 전통 템페라 연구와 순금박을 활용한 창의적 현대 템페라 기법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현재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빛과 꿈’ 주제의 이번 개인전을 소개한다면.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술교육을 해오던 어느 날 딸과 그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내 딸이 꾸는 꿈을 함께 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순수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 삶이 빛이 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꿈꾸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어지고, 계속해서 꿈을 꾸는 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원천이 되며, 그런 꿈을 표현하는 제작 방법으로 금박이라는 매체를 사용하였다. 템페라 물감은 내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템페라화란 무엇인가.
△템페라 기법은 계란을 미디엄으로 하는 표현 매체로, 작업을 할 때마다 제작해 써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수용성으로 사용해 표현을 쉽고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아크릴이나 유화에 비해 발색이 뛰어나고 세밀한 작업을 하기에 용이하다. 작업마다 원하는 다양한 안료를 구하여 새로운 물감을 제작해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방식이다.
-문 작가만의 특별한 기법이 있다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금박템페라기법 연구를 이어오는 나의 작품 제작방식 중 하나인 순금박을 활용한 황금 배경 템페라 기법과 질료의 매체 탐구를 통한 실험적 요소가 담겨 있다. 캔버스 등의 지지체에 다른 순도의 금박을 사용하거나 액체형 안료 등의 다양한 연구를 시도 중이다.
-황금 배경 템페라 작품 제작 과정을 알고 싶다.
△고전 템페라 금박 올리기와 각인 기법의 재현과정을 위해 석회를 활용하여 지지체를 제작하고 ‘물 금박’(W ater gilding)기법으로 공정한다. 금박이 반사되어 빛나는 황금빛 부분과 어둡게 나타나는 부분이 함께 어우러져 신비하고 경쾌한 평면성을 더해준다. 금은 영원불변의 상징인 빛으로 반사되어 신비로운 이미지로 표현된다. 금박 위의 각인(刻印) 즉, 선 긋기와 펀칭기법이 주는 황금빛의 형상은 공간의 섬세함과 장엄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지지체 위에 황분 가루를 바르고 그 위에 금박을 올리고 금박작업 후 템페라를 활용하여 채색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문 작가의 황금 배경 템페라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려달라.
△작품의 주제를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중세시대 황금빛 템페라화가 기독교의 교리와 종교에 대한 경건한 태도를 반영했다면 나의 템페라화 주제는 일상에서 소중히 기록하고 싶은 가족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순수한 감성과 전통 재현을 통한 현대적 감정의 재해석이며, 기억의 풍경이 된다. 금빛의 반사와 그림자들이 시점에 따라 변화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형상은 마치 중세 종교화가 갖는 아우라의 차용으로 느껴진다는 평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수없이 많은 재료와 기법들이 빠르게 등장하는 현대미술 안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주옥같은 황금배경템페라 기법을 통해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다.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 모두가 꾸었던 아름다웠던 꿈을 다시금 떠올리며 현재 삶에 용기를 낼 수 있게 반짝반짝 빛나는 꿈을 꾸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