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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같은 하루, 축제 같은 나날

등록일 2023-05-09 18:35 게재일 2023-05-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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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지난 주 연휴 내내 휘몰아친 비바람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강풍으로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면서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고, 축대가 무너져 집이 붕괴되거나 도로가 유실되는 등 남부지역에 집중된 예기치 못한 풍수해로 시름이 깊어졌다. 입하의 문턱에 쏟아진 단비가 해갈에는 도움이 됐다지만, 순식간에 돌풍과 함께 들이닥친 폭우가 적잖은 상흔을 남긴 ‘눈물비’가 돼버린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듯 ‘밤새 안녕’이 무색하리만치 변덕스런 날씨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하루를 무탈하고 온전하게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하루하루 살얼음판 걷듯이 조바심 태우며 보냈던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 4개월만에 해제했다. 그에 맞춰 국내의 일상회복도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국민들의 삶과 일상이 코로나 이전처럼 조금씩 꺼리낌없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의 집요한 발목잡기에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하루가 정말 얼마나 위태하고 소중한지 절실히 느낀 나날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제약되고 억눌린 상황에서의 생활은 무엇 하나 아쉽고 간절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랴만,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이 완화되고 있으니 사람들은 너나 없이 안도하며 반기는 모습들이다.

그래서일까?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나들이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많아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 4년만에 열리는 축제나 체육대회 따위의 야외행사가 봇물 터지듯 열렸거나 열리고 있어서 실로 전국 곳곳에는 모처럼만에 활기를 띠고 생동감이 감돌고 있다. 경북만 하더라도 문경찻사발축제가 흥행 ‘대박’으로 마무리됐고, ‘신바람난 선비의 화려한 외출’을 테마로 한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나 안동민속축제를 봄축제로 확대 개편한 차전장군 노국공주축제 등이 성황리에 열렸는가 하면, 이 달 말경엔 전국 3대 불꽃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가 환상적인 불빛 판타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역별 특색이나 역사적인 배경에 걸맞는 테마로 만화방창(萬化方暢)하듯이 신명나는 축제나 행사로 이어지니,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실로 얼마만에 누려보는 여유와 완상(玩賞)이던가. 당연할 것 같은 일상의 움직임이나 현상에 자연스러운 반응이나 대처가 어렵고 걸림돌이 생긴다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하루를 평온하게 보낸다는 것이 무심코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필자는 불의의 춘사(椿事)로 열흘 정도 병원 신세를 지고 나니 새삼 선물 같은 하루가 그리 고맙고 소중할 수가 없었다. 무덤덤하고 예사스러운 일상 같지만, 일단 무엇인가에 얽매이거나 불편이 뒤따르게 된다면 평범한 일상이 그리 간절해질 수가 없을 것이다.

황사 같은 코로나의 시름도 남풍 결에 사라져가는 봄날, 선물 같은 하루하루가 자신의 평안함 속에서 삶의 맛과 멋을 더하는 축제 같은 나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일상을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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