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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환원제철소 짓고 싶어도 지을 땅 없는 포항

이부용기자
등록일 2023-04-20 18:34 게재일 2023-04-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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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세계 최초 수소제철 조성에<br/>필요한 부지 40여만평 못구해 난항<br/>포철 인근 해양매립 방법 밖에 없어<br/>경북도·포항시 적극적 행정 지원을<br/>광양제철소는 부지 매립 공사 끝내<br/>또 신성장사업 광양에 뺏길까 우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지역투자 애로 기업 현장방문으로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아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의 안내로 동호안 투자현황 및 활용계획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포스코 포항제철소 존립 여부는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달렸습니다.”

광양제철소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미래형 첨단 산업단지로 거듭나는 반면, 포항제철소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공장 지을 땅이 없어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포스코는 19일 정부의 국가산단입지 규제완화에 발맞춰 광양제철소에 2033년까지 4조4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지역은 광양제철소 동쪽 해상인 동호안(東護岸)부지다. 이곳은 광양제철소의 해양침식을 막기위해 설치한 제방으로 포스코가 1989년부터 제철소와 동호안 사이 230만평(약760만㎡)넓이의 바다를 매립(현재 60~70%완료)해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정부의 규제완화로 이곳에 철강외에 신성장 산업인 2차전지·수소단지 등 을 집중육성할 계획이다.

포항제철소도 광양제철소와 마찬가지로 신규투자에 필요한 공장부지는 해양매립 방법밖에 없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을 위해선 40여 만평(약 132만2천300㎡)에 달하는 부지가 기존 포항제철소옆에 확보해야 한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국토부에 부지조성 사업 승인을 얻기위한 절차를 진행중이다. 이 사업이 가능한 빨리 마무리되어야 포스코의 미래투자가 이루어질 여건이 마련된다. 그러기 위해선 경북도와 포항시 등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하면서 힘을 보태야 한다.

포스코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사회적감축 수단을 병행해 2030년 10%, 2040년 50% 감축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탄소중립 수소환원제철부지 조성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CO2대신 H2O가 배출되는 수소환원제철(HyREX)은 국가적 과제이고, 시대적 흐름이다.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15%를 차지하며 철강산업의 탄소감축량이 부족하면 국내 타 산업분야에서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HyREX) 프로젝트는 20조 규모의 매머드 프로젝트이다.

HyREX는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철광석(Fe2O3)에서 산소(O2)를 분리하는 환원제를 석탄(C)에서 수소(H2)로 전환하는 것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H2O)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 감축 가능하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에서는 고로에서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반응과, 환원된 고체 철을 녹이는 용융반응이 동시에 이뤄진다. 그러나 HyREX공정은 환원 반응과 용융 반응이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가지 설비에서 분리돼 발생한다.

포스코는 FINEX에 적용된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HyREX 기술 개발을 정부를 포함한 국내 철강사들과 함께 추진 준비 중이다. FINEX 공정 개발과정 중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파일럿(Pilot) 단계 없이 2025년부터 데모(Demo) 단계에 돌입 연산 100만t(톤) 규모의 시험 설비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HyREX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HyREX 고로 포항 1기는 2031년, 광양은 2032년에 착공 예정이다.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포항제철소는 확보된 부지가 없고 현재 인허가 승인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광양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동호안(東護岸). 포스코그룹은 동호안을 활용해 이차전지소재 및 수소 등 에너지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광양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동호안(東護岸). 포스코그룹은 동호안을 활용해 이차전지소재 및 수소 등 에너지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에 이처럼 부지 조성이 늦어지면 광양제철소에 세계 최초 수소환원제철이 건립될 수도 있다. 광양제철소 면적은 1천507만4천380㎡였지만 매립 공사를 통한 부지 확장 사업으로 현재 42.5% 늘어난 2천148만7603㎡이다. 이는 포항제철소(1천84만2천975㎡)의 두 배 규모이다.

포항제철소는 공장 부지가 부족해 설비 투자에 제약이 있는 반면, 광양제철소는 아직도 신규 공장 설립이 가능한 부지가 남아 있으며 수소환원제철 건설을 위한 부지 매립 공사도 이미 진행 중이다.

앞서 포항제철소는 부지 부족으로 인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2022년 포항제철소 특화 공장이었던 전기강판 4공장이 광양제철소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전기강판은 다른 철강과 비교해 생산 방식이 까다롭고 오랜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간 포항제철소가 도맡아 기술개발에 주력했고 1~3공장을 가동하며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최근 전기차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구동모터에 사용되는 전기강판 수요도 급증해 공장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포항제철소는 공장 지을 부지가 없어 여러 업무적 손실을 감수하고 광양제철소에 착공했다.

2017년 이차전지소재사업 추진 당시, 이차전지complex 조성에 필요한 부지는 약 59만5천41.322㎡(18만 평)로, 당시 국내에 18만 평 구입이 가능한 곳은 광양 율촌산단과 김해공단 뿐이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에 위치한 광양 율촌산단에 이차전지 complex를 조성하게 됐다.

당시 영일만 3산단은 현재의 에코프로가 입주 예정돼 있었고, 4산단은 조성 전이었다. 각광받던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추진하기에 당시 구매 가능한 땅이 포항엔 없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면 포스코는 어떤 선택을 할까. 첨단 기술은 시간 싸움이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공장지을 땅이 없어 광양으로 넘어간 2차전지, 전기강판의 전철을 수소환원제철마저 되풀이 한다면 포항지역 경제는 광양의 성공만 바라보며 한 숨을 지을수도 있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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