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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산불 1년… 아직 아물지 못한 상흔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4-09 19:59 게재일 2023-04-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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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다큐 사진가 모임 공간너머 <br/>  16일까지 포항 ‘갤러리포항’서 <br/> ‘화상(火傷)II-울진산불 그 후’ 展<br/>“自淨과 작가의 냉철한 시선 담아”
손진국作,
손진국作.

‘순간의 화염 속 사라진 것들, 그리고 남겨진 상흔들….’

포항지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모임 공간너머는 오는 16일까지 포항 갤러리포항에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던 지난해 울진 산불 현장 사진전을 개최한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화상(火傷)II-울진산불 그 후’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시간이 주는 자정(自淨)과 그를 바라보는 사진가들의 냉철한 시선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잊지 않았다고 잊지 않겠다던, 그리하여 마침내 다가올 초록의 생명을 기다리는 전야제 같은 사진전이다. 화마보다 더 빠르게 식은 우리의 무관심에 작은 울림을 준다.

지역 사진가 6인으로 구성된 공간너머(손진국 이정철 안성용 최흥태 강철행 권기철)는 사진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풍경과 문화·역사의 현장을 기록해 오고 있다.

이정철作.
이정철作.

지난해 1월 창립 이후 ‘기록은 기억을 뛰어넘는다’는 진리를 표방하며 울진 산불을 첫 전시로 선보였다. 울진 산불은 지난해 3월 4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에서 발생해 산림 2만923ha(울진 1만8천463ha, 삼척 2천460ha)를 태우고 213시간 43분(약 9일) 만에야 진화된 대형 산불이다.

울진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화동마을’과 소곡리 마을 일대를 일주일간 모니터링하며 기록한 사진 100여 점을 테마별로 전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재민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마을의 상처를 기록하고 기억함으로써 울진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했고 관람객들과 그 아픔을 공유했다.

권기철作.
권기철作.

6명의 사진가는 이번 두 번째 전시를 위해 이른 아침에 좁은 좌석과 장거리 운행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진 촬영의 몸짓으로 형상화된 사진 이미지를 통해서 고통에 연대했다. 이로 인해 얻어지는 변화와 정신적 고양의 형태를 사진을 보는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작품들은 피해목 벌채로 드러난 민둥산, 검게 그을린 나무에 묻은 재들, 산지 사진을 통해 단지 몇 평, 주택 몇 채, 시설물 몇 동으로 이야기되는 수치들 너머에 가려진 나무들의 이력, 사람들의 추억, 일터 그 잃어버린 공간에 대한 것들을 담았다.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조립주택에서 생활하는 164가구의 이재민들과 산림 복원이 겨우 시작 단게에 불과해 벌거숭이 산자락에 밑둥치만 남아 있는 나무의 모습들은 화상의 기억들을 소환시킨다.

최흥태作.
최흥태作.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현장을 따라 일지 형식의 생생하게 기록된 사진들은 자연재해의 참혹함과 그 피해 상황에서 고통받는 민중의 애환을 잘 담아내고 있다.

최흥태 공간너머 대표는 “전시회를 통해 산불의 위험성과 참혹함이 널리 알려지고 공유됨으로써 안전한 사회 유지에 기여하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고통에 공감할 때마다 누리는 공감이 쾌감과의 미묘한 조합으로 생산되고 전달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워즈워스의 말처럼 공간너머는 앞으로도 사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문화적 소통을 위한 사진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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