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400년 동안 덕망으로 부와 명예를 이어오면서 한국적 자본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경주 최부잣집,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현하여 오랜 기간 변함없이 주위의 존경을 받아 온 명문 가문, 참부자 정신실현을 통해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한 최부잣집의 정기를 받아 보고자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경주 교촌을 찾았다. 오랜 세월 많은 과객이 드나들던 나지막한 용암 고택에 들어서니, 나무와 쌀의 향기가 배어있는 커다란 곳간이 보였다. 그 곳간 앞에는 작은 쌀통이 놓여 있었는데 욕심내지 말고 한 손으로 자기 먹을 양 만큼만 쌀을 가져가라는 나눔 철학의 글이 쓰여 있었다. 필자는 온 마을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던 그곳에서 주위 이웃들과 동반 성장한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부와 명성을 누린 세계적인 명가 메디치 가문 역시 200년의 부를 유지했을 뿐인데, 어떻게 경주 최씨 가문은 400년이란 세월 동안 부와 명성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필자는 그 비밀의 핵심은 사회와 동반 성장한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다.
동반성장이란 규모 차이가 있는 대상끼리 상생과 협력을 통해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도움이 되어 산업 생태계를 강건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부자는 농사를 지을 때 소작인들과 동반성장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농사할 때 땅의 지주와 소작인의 비율을 7:3 이하로 분배하던 시기에 최부자는 5:5로 파격적으로 바꾸어 소작인에게 더 많은 성과를 주었고, 전체 수확량 만석의 총량을 정해 놓고 그 이상으로 거두어들이지 않으므로 소작농의 생활을 보장해 주었다. 그러면서 흉년이 들면 정도에 따라 소작료를 감면해 주기 때문에 소작인들은 최부자의 땅이 늘어나서 자기가 소작할 땅이 더 많아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나눠 줬는데 더 돌아오는 기발한 지혜다. 일찌감치 나눔과 상생 경영을 실천한 최부자는 적정이윤 추구와 정당한 재산 증식을 통해 명예와 부를 400년 넘게 유지했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동반성장 전담 조직을 만들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길을 택했다. ‘동반성장 지원단’, ‘혁신성장 지원단’ 등은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국내 산업계의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많은 이바지를 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 고리를 풀고 상생의 해법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됐다.
‘동반성장 지원단’은 사업파트너, 고객,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자와 영속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였고, ‘혁신성장 지원단’은 중소기업의 혁신을 컨설팅하여 스스로 성장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러한 관계는 철강기업의 계약상의 잠재력을 급속히 늘리는 등 기업의 영속성에 이바지했다.
물통에 물을 담을 때 단면의 높이에 차이가 있으면 가장 낮은 수준까지만 물을 담을 수 있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기업들이 최부자나 포스코와 같은 지속적인 동반성장 플랫폼을 만들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면 더 부강하고 더 윤택하고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