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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직면하는 가장 깊은 주제 ‘죽음과의 대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3-20 19:42 게재일 2023-03-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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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회 ‘GAP’<br/>‘유리상자-아트스타’ 참여 작가<br/>류신정·서현규·우재오·최수남 <br/>‘말하지 않는 것’ 주제 22일부터
류신정作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에 이르는 길은 인간이건 동물이건 한 포기의 풀이건 간에 모든 생명이 오롯이 혼자 겪어야 하는 일이다. 누구와 손잡고 가는 죽음을 택하거나, 순간의 재난에 많은 생명이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개개인의 죽음은 오직 한 길일 따름이다. 우리는 대개 가족, 친구 등 중요한 사람의 죽음을 생각할 때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감정들은 불쾌하고 힘든 일이어서 되도록 생각 자체를 피하려고 하게 된다. 죽음이란 모든 것의 끝이라는 인식이 그 바탕에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진실 또한 어렵고 불편할 수 있는 주제다.

인간이 직면하는 가장 깊은 주제인 죽음에 대해 개방적으로 대면하면서 서로의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우리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건 불가능할까. 이런 사유와 사색이 올해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GAP(갭)’전의 출발지이자 목적지다.

‘GAP(GlassBox Artist Project)’전은 대구 봉산문화회관 공모 프로그램인 ‘유리상자-아트스타’ 참여작가를 재조명하기 위해 매년 기획되는 전시로, 유리상자 출신 작가들이 같은 주제 아래 협업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각자의 색깔로 다름과 차이를 드러낸다.

12번째를 맞는 올해 전시는 ‘말하지 않는 것’을 주제로 봉산문화회관 2·3층 1~3전시실에서 2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수의 국공립 미술관의 학예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후진 양성과 평론가로 활동 중인 이윤희 평론가를 협력기획자로 초청했다. 협의를 통해 ‘유리상자-아트스타’에 소개됐던 86명의 작가 중 류신정, 서현규, 우재오, 최수남 등 4명의 작가가 선정됐으며, 작가들은 제시된 주제 아래 작품세계와 개성을 마음껏 선보인다.

최수남作
최수남作

협력기획자인 이윤희 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죽음의 고통이나 절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함을 인식하고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삶과 맞닿아 있는 죽음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기보다는 ‘삶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립하고 죽음에서 그 존재를 의식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라는 헤겔의 말처럼, 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달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1전시실에서는 최수남 작가의 ‘탄화되는 인간’이란 설치작업에서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 태도로, 우재오 작가는 미래에서 과거를 소환하는 체험과 죽음에 대한 ‘Essence’ 사진 이미지로 인식론적 치유를 터치한다.

2전시실에서는 서현규 작가가 ‘교량’의 기계적 조형성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잇는 영적 세계를 결부한 시각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죽음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3전시실에서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희망과 바람을 설치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 류신정이 신비로운 우주 속 인간의 삶을 전달하는 빛의 향연을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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