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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3-14 19:54 게재일 2023-03-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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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향 제196회 정기연주회-16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br/>  오케스트라앙상블서울 예술감독 이규서 객원지휘<br/>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 첼리스트 김두민 협연 ‘감동 무대’
이규서 오케스트라앙상블서울 예술감독, 첼리스트 김두민
이규서 오케스트라앙상블서울 예술감독, 첼리스트 김두민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목요일 저녁 러시아 음악의 거장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음악으로 클래식 여행을 떠나는 연주회가 펼쳐진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196회 정기연주회 ‘봄을 기다리며’를 연다.

주목받는 차세대 지휘자인 오케스트라앙상블서울(OES) 예술감독 이규서가 객원지휘하고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인 첼리스트 김두민이 협연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이 연주된다.

1부는 첼리스트 김두민이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준다. 1959년 완성된 이 곡은 곡 전반에 걸쳐 침울한 분위기로 체제 저항과 예술가의 고뇌 등 감정의 억압이 표현된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다. 친구이자 20세기 위대한 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토로포비치에게 헌정됐으며 스탈린이 가장 좋아했던 민요를 장난스럽게 인용한 3악장 등 모두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협연을 맡은 첼리스트 김두민(44)은 동아음악콩쿠르 우승으로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아스펜 협주곡 콩쿠르 우승, 파울로 국제 첼로 콩쿠르에 상위 입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쾰른 국립음대에서는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스위스의 베르비에 음악 페스티벌 입상 및 유럽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차세대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악단인 뒤셀도르프 심포니의 첼로 수석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부터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여섯 작품 중 5, 6번과 더불어 후기 교향곡의 하나로 꼽히는 ‘교향곡 제4번’이 연주된다. 자신의 복잡한 감정과 철학을 담아낸 자전적인 교향곡으로 ‘차이콥스키의 운명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스스로 “자신의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곡”이라 자평했을 정도로 교향곡 작곡가로서 차이콥스키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걸작이다.

이 곡은 차이콥스키가 파경을 맞은 이후의 심경이 담겨 있다. 차이콥스키는 1877년 9세 연하의 모스크바음악원 제자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으나 두 달 만에 파경을 맞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후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요양을 취하며 작곡에 몰두해 이듬해 교향곡이 탄생했고, 여기에는 그의 심경을 반영한 듯이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외로움, 애상 등이 녹아 있다. 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됐으며, 무대에서는 전 악장 모두를 들려준다.

포항시립교향악단
포항시립교향악단

제1악장에서는 잔혹하고 압도적인 운명의 힘 앞에 절망하고 체념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는 선율이 인상적이다. 제2악장에서는 음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비애에 찬 선율이 흐른다. 제3악장에서는 독특하게 러시아 민속 무곡풍의 선율로 현실과 관계 없는 혼란을 나타내고, 제4악장에서는 불행한 운명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 담겨 있다.

이규서(30) 지휘자는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서울대 음대와 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졸업했으며 빈 국립음대의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대학 시절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면서 국공립교향악단 지휘를 시작했으며 월간 객석으로부터 차세대 지휘자(2019)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서울대 음대 동문들로 구성된 명실상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오케스트라로 평가되는 OES의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일찍이 지휘계의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한 그가 거장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음악으로 포항 관객들과 어떻게 호흡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항시향 관계자는 “봄을 기다리며 쓸쓸하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열정적인 두 거장의 작품을 준비했다”며 “쇼스타코비치가 들려주는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깊은 대화에 귀 기울이고, 차이콥스키가 보여주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사색의 시간을 즐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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