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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가득한 카페 ‘글로리아’ 주민-외지인 가교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3-05 17:56 게재일 2023-03-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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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마을 안타까웠던 김성은 씨<br/>중장년층 소통 편안한 쉼터 만들어<br/>커피봉사·소모임 등 다양한 활동도
예쁘게 꾸며진 경산 미산리 카페 ‘글로리아’ 내부.
경산시 용성면 미산2길에는 외촌지에서 내려오는 물과 고죽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져 흐르는 오목천이 있다. 천변둑에는 잘 자란 왕버들, 회화나무, 느티나무와 군데군데 정자가 마련돼 있어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세태에 따라 주민들이 하나둘 외지로 나가면서 적막했던 그곳에 토끼의 기운을 받은 계묘년 드디어 기쁜 반란이 시작됐다. 예쁜 카페 ‘글로리아’가 탄생한 것이다. 주인 김성은 씨에게 카페를 열게 된 동기를 물었다.

“용성주민 3년차에요. 도시에 살다 들어오니 밖에서 볼 때보다 더 많은 문제들이 보였어요. 특히 주민이 줄어드는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주민 이탈을 막고 떠난 분들을 다시 불러 모을 방도를 생각해봤어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행복한 분위기 조성’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중장년층의 소통 장소로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김씨는 글로리아 카페를 도시의 카페들과는 다르게 운영하려 한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주민과 주민, 주민과 외지인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앞으로는 관청, 특히 농업기술센터의 자문을 구해 농촌자원을 활용해 도농 상생프로그램도 만들어볼 예정이다. 또한, 아동과 청소년의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해 지역민의 ‘희망 메카’가 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려는 김성은 씨가 존경스러웠다.

카페 이름 ‘글로리아’는 기독교에선 ‘영광’을 뜻한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김씨는 행복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나눔을 실천하기로 했다.

일요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카페를 열어 ‘커피로 봉사하기’를 진행한다. 그때는 주민은 물론 방문한 모든 손님에게 아메리카노에 한정해 매장 내에서는(포장 커피는 제외)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평일엔 시골 아줌마들의 소모임 활성화 장소로 활용해 이웃과 함께 성장하는 역할에도 일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미산리는 마을길이 좁아 차량 진입이 어렵고 주차가 불편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노력해 경산시의 ‘마을 만들기 사업-경산시 공모’에 선정돼 예산을 확보했고, 머지않아 희망의 첫 삽을 뜨게 되었다.

마을의 복은 그뿐만이 아니다. 경북도에 ‘소규모 마을 디자인단’ 사업에도 계획서를 제출해 최종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 조성과 환경 정비를 목적으로 골목 미니정원, 테마 꽃길, 겨울엔 LED 꽃길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요즘 김씨와 아줌마부대는 마을환경 정비사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손님으로 글로리아에 온 한 주민은 “서울에 20년 넘게 살다가 귀농했어요. 낯설어서 힘들었는데 성은씨가 우리 마을에 오면서 마을이 달라지네요. 이렇게 예쁜 카페가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중장년층들이 갈 곳이 없었는데 커피도 즐기고, 이웃도 만날 수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자연스런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생겼고, 거기서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미산리의 특색을 살리는 테마는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 꽃은 어떤 종류로 심어야 할지, LED 빛이 만들어 내는 꽃의 문양과 색깔은 무엇으로 할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글로리아 카페 주변에 현재 심어진 맥문동 군락을 늘리고, 상사초를 비롯한 갖가지 예쁜 꽃을 심어 사진 촬영 명소로 만들고, 방문객을 위해 따뜻한 물과 의자를 내어줄 계획까지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넉넉함이 넘쳐나는 김성은 씨와 아줌마부대의 얼굴엔 이미 화사한 미산리 정원이 자라고 있는 듯 향기가 났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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