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포항서 30여점 선봬<br/>‘여백 미’ 살린 수묵화 느낌줘
사진작가 지용철 씨(56)는 오랫동안 ‘목련’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2013년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었던 시절, 우연히 눈에 들어온 목련과 친구가 된 지 씨는 그때부터 목련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주로 집 주변이나 출·퇴근길, 산책길 등에서 만난 꽃들의 모습을 담았다.
‘목련 작가’ 지용철 씨가 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갤러리 포항에서 초대개인전을 갖는다. 최근 세 번째 목련 사진집을 펴낸 지 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3년여 간 담은 목련을 선보이는 자리로 30여 점을 전시한다. 다양한 목련의 모습을 독일에서 수입한 특수 인화지에 인화해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으로 탄생시켰다.
지 씨는 줄기와 꽃을 클로즈업한 작품, 오버노출로 수묵화 느낌이 나는 작품, 광각렌즈와 잡아낸 바람에 흔들리는 목련꽃 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수묵화 느낌이 좋다. 전시에선 단아함과 화사함, 고요와 바람, 낮과 밤, 흑백과 칼라 등 대비된 느낌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모두 그의 감성과 애정이 듬뿍 배인 작품들로 수많은 사진 중에 고르고 또 골랐다.
지 씨는 전시된 목련 사진들에 각각 사연을 담았다. 어느 하나 사연 없는 목련이 없다. 어떤 목련은 고민에 허우적거리다 만난 목련이고 또 어떤 목련은 아버지 무덤가에서 만난 목련이다. 저마다 사연이 담겨있는 꽃들이라 어떤 것은 한없이 밝게 보이고 다른 것은 애처로워 보이며 또 다른 것은 든든해 보인다.
지 씨는 “‘아픔을 견디고 꽃은 핀다, 삶은 잠시 스치는 봄날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사진을 찍으며 목련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나의 삶을 목련꽃처럼 피웠다. 사진 속, 미색의 여백에 검은 색의 목련 나무 그루터기에 핀 아름다운 흰 목련꽃은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자신의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지용철 사진작가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2016년 목련 사진집 출간으로 청주 숲속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두차례 가졌다. 2018년부터 포항 송도에서 열리는 ‘사진의 섬 송도’에 초대작가로 매년 참여했고, 2019년 두번 째 목련 사진집을 펴내며 서울 인사동 마루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