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장 이선자<br/>1997년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 창립… 현재까지 26년째 회장직<br/>작년 유네스코기록문화유산 아태지역목록 등재… “눈물 날 것 같아”<br/>문학관·전승관 등 설립으로 상설 전시와 전승 교육 이뤄지길 바라
이선자 회장은 1997년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를 창립, 현재까지 26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24회째 전국내방가사경창대회를 개최했다. 명실상부한 내방가사의 고수이자 사계의 명인이라 할 만하다. 경북도지사 표창, 안동시장상, 안동문화방송향토문화상, 자랑스러운안동시민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올해의경북여성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11일 74세의 만만찮은 나이에도 여전한 현역인 이선자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내방가사를 알고 발굴해서 전승보존회를 만들었는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기에 전공을 살려 봉사하고 싶었다. 30년 전, 내가 사는 동네에 용상장수대학을 설립했다. 어느 날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갔는데. 차 안에서 노래하시라고 마이크를 돌렸더니 노래 대신 가사를 읊으시는 분들이 많았다. 내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익숙한 리듬의 소리였다. 탁하고 무릎을 쳤다. 이 내방가사로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 집에 있는 두루마리를 찾아냈다. 또 수소문하여 집집마다 다니며, 보존하고 계신 가사를 찾고, 안 어르신들을 나오시도록 간청하면서 시작되었다.
-내방가사를 찾고 어르신들을 만나도 경창대회를 할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먼저 내가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친정어머니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가사를 짓고 낭송하는 공부를 몇 년 했다. 어릴 때 사돈지나 문안 편지 같은 걸 많이 썼던 기억도 있었고, 가사도 쓰시고 외우셨던 분이었다. 안동의 어르신들 17분을 어렵게 모시고 제1회 대회를 열었다. 코로나로 2년을 쉰 것 빼고 꼬박 24회를 열었다. 안동시의 도움이 있었고, 학계의 관심도 받게 되자 사명감으로 버텼던 것 같다. 수월찮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첫째, 내방가사를 수집하는 일. 집안의 많은 가사를 대구의 대학교수님이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았음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내놓기를 꺼리셨다. 둘째, 집안에만 계시던 어르신들을 무대 위로 모시는 일. 평소에 방안에서는 잘도 외시던 분이 무대에만 오르면 부끄러우신지 목이 막히는 거였다. 무엇보다도 경비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처음 5회 때까지는 자비로 충당했다. 남편(권주찬, 전 안동영문고등학교장)의 도움으로 가능했으나, 참여자와 관중들이 많아지자 원고 모음집 발간에만 큰 비용이 들었다. 이후 그 사정을 여기저기 알려 안동시의 지원을 받는 데까지도 지난한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어르신들이 연세가 많아지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 것이 가장 안타깝다.
-어려운 만큼 그래도 보람을 느꼈을 때도 많았겠다.
△내방가사가 안동시 평생학습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일정한 경비가 지원되고 있다. 신입회원 30여 명 포함, 70여 명이 사무실에서 매주 수요일 가사 낭송, 창작, 필사 수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담양의 한국가사문학관에서 개최하는 전국가사낭송창작대회에 가면 우리 내방가사전승보존회원들이 상을 싹쓸이해 온다. 나도 장려상, 최우수상, 지도자상을 받은 적이 있다. 또 내방가사 시연단을 조직하여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여성민속축제 등 각종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도 한다. 내방가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도 많이 방송되었다. 거의 우리 내방가사전승보존회원들이 출연한다. 3년 전에는 8·15광복절 특집, 작년 12월에는 기록문화유산 등재 특집 KBS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고, 지난 1월 23일 설 특집으로 전국에 재방송되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앞으로 계획하는 것이나 바람이 있다면.
△작년 문화재청의 미래무형문화유산발굴육성사업에 선정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작년에는 주로 우리 회원들의 낭송자료를 기록화하고 연구하는 사업이었고, 올해는 전승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인데, 이미 우리 보존회에서 하고 있는 일이라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내방가사문학관 혹은 전승관이 설립되어 상설 전시도 하고 지속적인 전승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크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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