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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갈림길서 이송?… 뇌졸중 환자 20% ‘골든타임’ 놓쳐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3-01-26 19:44 게재일 2023-01-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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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수술을 하고 있다. /굿모닝 병원(대구) 제공

‘골든타임(Golden Time)’은 치명적 손상을 입은 후 1시간 안에 결정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학용어인 ‘골든아워(Golden Hour)’에서 나온 말이다. 그 시기를 놓치면 결코 이전 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적 능력과 신체 활동을 관장하는 중추 기관인 ‘뇌’에 손상이 발생했을 때의 골든타임은 과연 몇 분일까.

뇌경색은 최대 6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어 ‘골든타임’이란 게 존재한다. 하지만 뇌출혈의 경우 다르다. 뇌출혈은 출혈량과 출혈 위치 등 다양한 것들이 예후의 기준이 된다. 큰 뇌혈관이 터져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면 즉사할 수도 있다. 또 출혈로 인해 뇌척수액이 내려가는 길을 막으면 수두증이 발생하고 뇌압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사망할 수 있다.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 심장병, 3위가 바로 뇌혈관 질환이다. 뇌질환은 국내 사망 순위 3위를 기록했지만 암보다 훨씬 무섭다. 뇌 기능이 멈추면 몸은 살아 있지만, 식물인간 상태로 사실상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글 싣는 순서

1.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

2.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병원 전 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 

3.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

4.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키려면’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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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최대 6시간 내 혈관 뚫어야 하지만

바로 수술할 수 있는 병원 없어 타지역 이송

전원 도중 재출혈 등으로 식물인간 되기도

뇌졸중센터 70~80% 서울·경기 지역 편중

대구·경북도 전원율 23~25% ‘불균형 심각’

뇌혈관질환 환자들 적시적소 치료 가능한

뇌혈관전문병원 제도 이용 선택아닌 필수

상급 종합병원 수준 진료와 시술 일부 분담

거주지역 기반한 의료서비스로 접근성 보장

의료진이 혈관조영촬영장치(Angio)를 활용해 시술을 펼치고 있다.  /굿모닝 병원(대구) 제공
의료진이 혈관조영촬영장치(Angio)를 활용해 시술을 펼치고 있다. /굿모닝 병원(대구) 제공

□생사의 갈림길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다

실제로 지난 2022년 7월 경산에 거주하는 59세 여성이 의식 변화로 같은 지역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전교통 동맥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송된 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어 수술을 위해 대구에 위치한 수술 가능 병원을 찾았지만, 바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결국 수술이 가능한 타지역의 뇌혈관전문병원으로 전원 됐다.

하지만 이 여성은 전원 중 재출혈로 인해 의식수준이 급격히 악화됐다. 뇌혈관전문병원으로 옮겨진 뒤 그는 급히 응급코일색전술 및 뇌실외배액술의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식물인간이 되었다.

뇌혈관 질환은 치료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후유장해를 얻거나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 죽어가는 세포를 얼마나 빨리 살려내느냐가 치료의 관건인 셈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 입장에서는 전원을 위해 이송되는 그 시간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것이다.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활용으로 급성 뇌질환 골든타임 잡다

지난해 1월 울산에 연고지를 둔 65세 여성이 의식 변화로 울산지역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좌측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해당 병원이 여성을 대상으로 코일색전술 시행했지만, 실패하였고 그는 수술 가능한 인근 뇌혈관전문병원으로 전원됐다. 뇌혈관전문병원은 그를 대상으로 응급코일색전술 및 뇌실외배액술을 실시했고, 이 환자는 30일 후 퇴원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창원에서 56세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당일 수술이 불가능해 수술이 가능한 부산과 대구, 구미 지역의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가 불가해 포항의 한 뇌혈관전문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이후 그는 해당 병원에서 응급코일색전술과 뇌혈관 약물 성형술을 받았고 23일 후에 퇴원했다.

□뇌졸중환자 20% … 첫 방문 병원서 치료 못 해 ‘전원’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해마다 약 10만명 이상의 뇌졸중(뇌경색과 뇌출혈)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수 역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뇌졸중 치료에서는 병원 전단계인 뇌졸중센터가 중요하지만 국내 상황은 열악하다.

실제로 2016∼2018년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24시간 이내에 타 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를 받았다.

전원환자의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해당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로 환자의 9.6%를 차지했다. 반면 전남의 경우 44.6%로 환자의 절반 가까이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대구와 경북 역시도 각각 23.1%, 24.9%를 차지하며 비교적 높은 전원율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소도시에 ‘뇌졸중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다수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뇌혈관질환에 관련된 센터는 70∼80%에 이르는 병원이 서울, 경기권, 광역시에 편중되어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은 시간이 생명에 직결된 응급 뇌혈관질환 치료를 골든타임 내에 받기가 쉽지 않아 뇌혈관질환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실반영 못 한 응급의료진료권역 분류

현재 응급의료센터 분류 체계를 보면 응급실의 가용자원이나 특수처치 이용 가능성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을 등급화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나누고 있다.

국가에서 각 병원의 응급실을 규정에 따라 평가하고 지역의 인구나 인근지역의 균형을 고려해 등급과 함께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현재 이 같은 응급의료센터 분류 체계는 병원과 병상수의 크기로 인한 내용이지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혈관 질환의 실제 진료 내용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선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확립해 뇌혈관질환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에 적시 적소에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치료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이송되는 비능률적인 요소들은 제거하고 새롭게 체계화된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발생 후 늦었지만, 응급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려고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의료진이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굿모닝 병원 제공
의료진이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굿모닝 병원 제공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선택이 아닌 ‘필수’

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55개의 뇌혈관센터를 운영 중인 병원 중 서울 및 경기권, 광역시에 위치한 병원은 43곳으로 총 78.2%를 차지하고 있다.

대도시권과 그 외 지방 중소도시 간 지역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은 매우 심하다.

또 전국에서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은 42.5%에 불과하고, 전국 응급의료센터 중 30% 이상이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뇌혈관 질환은 빠른 시간 내에 표준화된 일련의 치료과정이 가능하고 초급성기 치료 이후에 뇌졸중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을 요구한다.

치료과정에 있어 급성기 골든타임을 고려해 환자가 내원 시 혈전제거술 및 스텐트 삽입술 등 뇌혈관내중재치료(Intervention)를 모두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이 지역별로 분포돼야 하며 뇌출혈에 대한 수술, 감압술, 경동맥 절제술, 뇌혈관문합술 등 고난도 관혈적 뇌수술에 대한 고려도 함께 필요하다.

현재 뇌혈관질환센터 시스템의 실태와 문제점을 해결해줄 대안은 뇌혈관 내 중재치료가 가능한 뇌혈관 전문병원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뇌혈관전문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의 난도 높은 진료와 시술 일부 분담이 가능하고 환자 거주지역을 기반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접근성이 보장된 역할이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뇌혈관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

□도·농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 기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부터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완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환자구성비율, 의료질 평가 등 7개 지정기준(환자구성비율, 진료량, 병상수,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의료질 평가, 의료기관 인증)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서류심사 및 현지조사,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이들 병원을 최종 결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병원 제도가 지역주민들이 전문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쉽게 이용하고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각종 진입장벽, 진료영역, 지원체계 등 제도 전반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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