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변화하는 혁신의 구조

등록일 2023-01-08 19:33 게재일 2023-01-09 18면
스크랩버튼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일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회경제적 변화와 기술의 혁신이 인류 문명을 크게 변화시켜왔다. 1913년 미국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차가 처음 생산되면서 수제 조립에 의존하던 생산방식이 역사에서 막을 내리고 있었다. 컨베이어를 따라 부품이 조립되는 순서대로 작업자를 배치하여 주어진 자리에서 컨베이어를 따라 흘러오는 자동차에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의 동작만 행하면 자동차가 뚝딱 만들어졌으니 생산방식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수제 조립 생산방식에서는 작업자의 숙련도가 절대적이었기에 작업자는 도제식으로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아야 조립공이 될 수 있었지만 컨베이어 시스템에서는 부품의 이름도 작업 공구에 대한 지식도 필요 없이 정해진 자리에서 필요한 동작만 반복하니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포드 자동차는 3천불 이상으로 판매하던 자동차를 650불에 생산해서 팔 수 있었다. 컨베이어 시스템은 자동차의 대량소비 시대를 열어 사회적 생산기반, 경제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인프라를 촉진시켰다.

혁신을 하려면 기존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금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지식으로 미리 편견을 갖고 제한을 가한다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현재를 부정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에 ‘파괴적 혁신’이 자리한다. 파괴적 혁신은 경영학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역임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파괴적 혁신’ 이론의 핵심은 위대한 기업이 큰 경쟁자에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하찮아 보이는 신규 경쟁자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진입자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처음에는 부족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의 반응들이 더해지고 기술과 성능이 개선되면서 결국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아 혁명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극명한 예가 필름 산업이며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필름 업체는 “저런 싸구려 기술로 무슨?”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모두 무너졌다.

파괴적 기술은 과거에 통용됐던 것과 아주 다른 가치명제(value proposition)를 시장에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파괴적 기술은 기존 제품들 보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주변 고객들이나 신규 고객들이 가치를 두는 몇몇 특징들을 갖고 있다. 무슨 거창하고 최고의 수준이 아니어도 사용하는데 비용과 수고가 많이 들지 않으면 그 기술은 쉽사리 채택된다. 컴퓨터 비전 기술이 향상되니 주차장에 곧바로 채택되고, 음성인식이 되면서 스마트 스피커가 일반화된다. 그게 사람보다 더 잘 보고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사람과 비슷한 수준에 비용이 안 들고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니까 쓰이는 것이다.

파괴적 기술에 기초한 제품들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더 싸고, 더 단순하고, 더 작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전문가용의 대명사인 DSLR 카메라도 휴대하기 무거워 대중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소니, 캐논에 이어 니콘도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다.

기업과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