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국내 냉연·철스크랩 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한 해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불확실한 부동산과 건설시장 때문이다. 2023년 전망은 어둡다. 냉연도금판재류를 비롯해 컬러강판 등 표면처리강판 업체들은 가전 및 건설 수요가 줄어들고, 수입재 가격 하락과 수주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철스크랩 시장은 주택수요 둔화와 정부의 SOC예산 감소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구매처인 철강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관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냉연도금과 철스크랩 시장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올해 시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점검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열연·후판·강관 시장 전망
2. 냉연·도금·철스크랩 시장 전망
3. 철근·H형강·STS 시장 전망
작년 냉연·도금 생산·판매 모두 감소
자동차·가전 등 수요산업 회복 지연
국내산 스크랩 가격상승엔 시간 필요
미분양·공사비용 증가로 부정적 상황
국내 철근 생산량 작년比 100만t 축소
한국특강 본격 철근판매…수요↑기대
□ 냉연·도금 모두 감소
냉연강판의 경우 수입은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와 수출 감소 영향으로 생산과 판매 모두 감소했다.
용융아연도금강판은 팬데믹 이후 자동차용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주춤해진 건설 및 가전용 수요 영향으로 판매가 주춤해진 것으로 보인다.
생산의 경우 주춤해진 내수를 수출이 만회하며 765만t을 기록해 전년 대비 0.3% 증가했지만 전체 판매는 728만t으로 전년 대비 3.2%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 가운데 수출이 300만톤 수준으로 1.2% 증가했지만 내수의 경우 자동차 및 건설, 가전 등 주요 수요 산업의 회복 지연이 나타나면서 전년 동기대비 6% 줄어든 427만t을 기록해 전체 판매 감소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컬러강판의 경우 건재용의 경우 다소 위축되는데 그치지만 가전용 침체 영향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2021년 대비 감소가 이어지면서 생산과 판매 모두 전년 대비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철스크랩, 건설경기와 함께
스크랩 수요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을 보이는 건설경기의 침체 전망도 스크랩 수요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2022년 국내 스크랩 구매 총량은 2천595만t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스크랩 국내 구매량은 1천719만t이다.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감소량 중 상당수를 수입 스크랩이 차지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의 수입량은 예년보다 많은 양이었으나 하절기 이후 스크랩 수입이 급감했다. 유가와 금리상승으로 수입 재개 가능성이 요원한 가운데 일본산 스크랩과 국내산 스크랩의 가격차 역전이 발생한 상황이었고, 이후 국내산 스크랩 가격이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해 일본산 스크랩과의 적절한 스프레드를 회복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미분양 증가와 공사비용 증가 등으로 건설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전세거래량 비중(국토교통부 자료 기준)은 2021년 평균 56.5%에서 2022년 9월 46.4%까지 감소했다. 2023년에도 대출금리 상승, 가격 상승 기대 약화심 리로 주택매매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근 2~3년 간의 부동산 시장 거품으로 여전히 수주면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신규분양 위축으로 착공면적은 감소세에 있다.
제강사들은 2023년 철근을 작년보다 100만t 가량 축소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감산 기조에 유동성 위기에 따른 보유재고 규모 축소까지 이어지면 구매경쟁에 따른 공급부족 현상과 가격상승은 예년만큼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HMR(Hot Metal Ratio) 조정으로 인한 스크랩 수요 증가와 한국특강의 철근 판매 본격화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탄소중립실현을 위해 HMR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85% ~ 90% 정도의 HMR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80% 이하까지 HMR을 낮추겠다는 심산이다. 포스코 역시 HMR을 7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두 거대 철 강회사의 HMR이 70%까지 낮아지면 2천만 t에 가까운 철스크랩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 HMR 70%가 한두해 만에 달성될 수치는 아니지만 단계적으로 양 사가 80%까지 낮춘 HMR만 유지해도 1천만t 가량의 스크랩 수요가 발생한다.
정부가 완전한 탄소중립실현 목표를 2050년, 2030년까지는 기존 배출 량의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만큼 HMR 저하 속도는 빨라질 수밖 에 없는 상황이다.
□냉연·도금, 주요 수요산업 침체 영향 불가피
2023년 냉연도금판재류 제품의 수요에 대해 자동차용은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나 건설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가전용은 침체가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의 경우 반도체 수급완화와 이에 따른 이연 수요 영향 등으로 2022년 360만대 수준의 국내 생산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370만대 수준의 생산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 수요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조달 어려움 등 부동산경기 침체와 건설투자의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 수요 역시 경기 침체와 긴축 기조 영향으로 구매력이 저하되면서 회복 기대감이 낮아 보인다. 냉연 강판의 2023년 생산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컬러 강판은 경기 불확실성과 자금 경색 우려에 따른 건설용 판매 감소와 가전업체들의 판매 부담에 따른 재고 조정 영향 등에도 불구하고 2022년 감소 영향으로 생산과 판매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연도금판재류 업체들은 국내 생산 능력과 수입재 대응 영향으로 수입재의 국내 유입량이 조절되면서 그나마 2022년 수준의 수급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내다 봤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가 원자재 사용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면서 적자 전환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급등과 급락 반복할 것
2022년 스크랩 시장의 가격 변동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시세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던 것을 시작으로 2분기동안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이후에도 반등폭은 컸고, 하락세는 급격했다. 스크랩 업체들의 리스크는 커졌다. 유통 이윤을 통해 수익을 내는 스크랩 유통업체의 구조상 가격 예측이 어렵고 가격 변동폭이 큰 시장에서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도 한동안 수요감소와 수입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먼사태 이후 최대의 하락장을 맞이한 국내산 스크랩 시장의 가격 약세는 수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떨어트릴 동인이다. 제강사의 구매전략이 시장의 ‘완충’보다는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전반적인 수요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제강사의 이와 같은 구매전략은 가격 하락기의 폭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상승기엔 폭등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시장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3년 하반기까지 고금리 기조와 긴축재정이 계속되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제강사들이 재고자산을 보유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비축보다는 적시의 구매와 생산-판매가 빠른 속도로 회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