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장례식장이 웬말이냐” 주민들 거센 반발

구경모기자
등록일 2022-12-28 20:04 게재일 2022-12-29 4면
스크랩버튼
포항 오천·흥해읍 건립 추진에<br/>인근 주민들, 결사반대 현수막 <br/>아이들 등굣길 정서적 피해<br/>교통정체 우려… 시, 골머리
포항시 남구 오천읍 인근에 장례식장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구경모기자

포항시가 장례식장 건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장례식장 두 곳의 건립 문제를 두고 도시건축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예정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27일 포항시에 따르면 두 곳의 업체가 최근 북구 흥해읍 남송리와 남구 오천읍 문덕리 일대에 각각 지상 4층 3천500㎡, 지상 3층 3천200㎡ 규모의 장례식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장례식장이 건립이 추진되자 일대 주민들은 자생단체회의를 열어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민원을 포항시에 제출하고 인근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남구의 장례식장 예정 부지는 포항철강산업제3단지와 인근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공단 출퇴근길 교통혼잡과 주거환경 침해 등을 이유로 장례식장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 입주민 이혜연(36·여·남구 오천읍)씨는 “가뜩이나 아파트가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고 단지 인근에 이렇다 할 상가나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장례식장만 덩그러니 들어온다면 주민들이 현재 겪고 있는 불편이 가중될 것이다”라며 “이 부근은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입주해있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운구차량이나 장례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북구의 장례식장 예정 부지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해당 장례식장 건립 예정 부지는 장량동과 흥해읍을 이어주는 남송교차로 인근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상습적으로 교통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정부지 인근의 주민들은 가뜩이나 교통정체로 불편이 상당한데, 남송교차로 인근에 장례식장 건립이 허가된다면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량동 자생단체협의회 회장 김효경(63·북구 장량동)씨는 “장량동은 포항의 대표적인 인구밀집지역으로, 남송 교차로 부근은 아침마다 흥해 방면으로 출근하는 차들과 시내로 출근하는 차량들이 뒤엉켜 교통대란을 이루고 있다. 교차로에 장례식장을 건립한다면 교통혼잡이 가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북구 흥해읍 인근에 예정된 장례식장은 현재 도시건축심의위원회에서 교통안전을 이유로 서류보완을 통한 재심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남구 오천읍에 추진 중인 장례식장의 경우 도시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현재 허가 접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장례식장 예정부지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많은 것을 포항시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장례식장은 2016년 의료법 개정에 의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됐다. 따라서 사업자가 안전기준을 충족한 상태에서 영안실과 빈소 등의 장례시설을 갖추고, 관할 지자체에 신고만 한다면 사업주는 문제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행법과 별개로 장례식장 건립을 두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상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