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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而不改’, 국민만 죽는다

등록일 2022-12-12 18:11 게재일 2022-1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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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정치에디터
홍석봉 정치에디터

한해의 끝이다. 매년 이맘때면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한해의 의미를 한 단어로 정리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학교수들이 2022년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에 나오는 말이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는 뜻이다.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이불개를 꼽은 이유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네 탓 정치’를 비판한 말이다. 교수들은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했다. 진영 간 이념 갈등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992년 창간한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연말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아 발표했다.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을 시작으로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까지 나왔다. 과이불개는 22번째 선정된 사자성어다. 오늘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단어들은 그해를 상징하고, 그해를 대표하는 축약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풍자하고 교훈적 의미도 강하다.

연말 정국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이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때문이다. 야당은 탄핵소추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여당도 양보는 없다. 여야가 민생은 뒷전인채 정파싸움으로 날을 새운다. 서로 네 탓만 한다. ‘과이불개’하면 국민만 죽어난다.

/홍석봉(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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