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 켜켜이 하얀 포말을 그리며 파도가 부서지던 해변엔 하얀 증기가 하늘에 닿을듯 피어오르는 제철소가 들어서고, 운치 있고 고즈넉한 오솔길이 신작로로 변하고, 무엇보다 술만 마시면 골목길 들어서며 유행가를 부르던 꿈이 없던 청년들이 공장으로 들어간 사건은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시절에는 기계가 쇠를 가공할 때 일어나는 불꽃이 애국가 장면에 클로즈업 돼 가슴 벅찬 감동을 주었고, 숙련된 작업자의 손끝에서 품질이 만들어지고, 부지런함은 생산성 보증의 바로미터였다. 그 시절로부터 반세기를 지나온 이제는 생산방식과 품질관리가 변해야 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
사람이 도구를 사용한다든지 손으로 기계를 조작하면서 가공, 조립을 하던 시대에는 IE적 접근인 동작 연구나 표준작업시간의 설정 등으로 생산성을 개선하는 기법이 크게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사람에 의한 수작업은 시간의 흐름을 변수로 놓고 분석하면 통제되지 않는 결과를 알 수 있어 통계 이론에 근거한 품질관리(SQC)가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을 넘어 가공, 조립산업에서도 자동화에 의한 효율이 진행되어 설비에 대한 의존이 높아짐에 따라 수작업을 전제로 한 전통적인 생산 품질관리의 사고방식만으로는 현상에 대응해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기계의 수동 조작, 재료의 해체 등 단순 반복작업에서부터 최근 오퍼레이터의 업무는 설비의 운전, 유지, 감시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그러한 결과로 제조 현장에서는 전통적인 숙련공에 요구되는 정확한 동작이나 빠른 손놀림, 숙련에 대한 기대가 변해가고 있다 하겠다.
어쨌든 조립이나 준비 교체 등의 수작업 자동화를 더욱 발전시키고, 제조업에서의 설비 의존은 더욱 진행될 것이며 설비 관리는 한층 더 심화된 결과를 요구할 것이다. 자동화가 진행되어 설비가 바르게 운전, 조작, 유지, 관리되어 항상 올바르게 기능을 발휘한다고 가정하면 기계는 잘못이나 오차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고장, 불량은 ‘0’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현실은 많은 공장에서 매일 고장이나 불량이 발생하고 있다. 언뜻 보면 이들 현상은 뭔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확률 분포를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요인의 관계를 면밀히 해석해 보면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 즉, 설비의 올바른 유지,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설비의 기능과 성능의 변화로 생산에 영향과 불량을 일으키고 있는데 자동화된 설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사람이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던 때와 마찬가지로 고장, 불량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동화가 진전된 공장에서는 어떤 공정의 아웃풋으로서 만들어 낸 제품의 품질을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통계적으로 고찰해 본다고 해도 거의 의미가 없다. 불량이라는 현상에 대한 의논보다도 오히려 불량을 발생시키는 설비의 요인은 무엇인가를 논리적이고 공학적으로 의논하고 불량을 발생시킨 요인까지 추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화가 주는 이익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손끝으로 관리하는 설비의 유지에 쏟는 땀이 결정을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