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왜 필요한가. 디지털세계는 소통의 형태와 소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과 사이버 세상은 온갖 정보를 범람하게 만들어 필요한 정보와 소식은 딱히 언론기관을 통하지 않아도 쉽게 접하게 되었다. 수 년 전 미국 카네기멜론(Carnegie Mellon)대학의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하루에 소통되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한 가운데 99퍼센트는 의미없는 대화일 뿐이라고 하였다. 웹정보분석회사 시만텍(Symantec)은 주고받는 이메일의 70퍼센트 이상이 스팸(Spam)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메일과 스팸, 블로그와 트윗, 페이스북과 카톡 등 온갖 통로를 활용하는 정보와 소식들 가운데에도 ‘저널리즘(Journalism)’이라 일컫는 언론행위에는 아직도 대중이 거는 비교적 높은 기대가 있다.
소비자 대중은 언론에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언론이 지향하는 소통에는 다른 소통방식들과 어떤 차이와 까닭이 있어 끊임없는 주목과 관심을 향유하는 것일까. 오늘처럼 바뀐 미디어환경에서 언론은 어떻게 변화해 가야하는 것일까. 수다한 스토리들과 연예공연물, 스포츠와 오락콘텐츠, 의견과 주장, 광고와 선전물들이 득실거리는 현대 미디어의 틈바구니에서 취재와 보도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행위가 명맥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저널리즘이라 불리우는 이 독특한 영역이 아직까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특정한 의미를 동반하며 언론인들을 공격하지만, 기자들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울 영역이 존재하므로 언론의 존재 이유는 남아있는 터이다.
사실보도를 비롯하여 논설집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필요를 채우는 언론의 사명은 퇴색하지 않았다. 미디어환경에서 감지되는 정보의 무분별한 범람으로 인하여 정돈되고 분석력이 넘치는 고급 정보콘텐츠는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언론행위의 목적은 독자시민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보다 나은 다양한 결정이 가능하도록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전하는 데에 있다. 사실을 사실로 확인하는 수고를 독자를 대신하여 성실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언론행위의 가치는 충분히 보인다.
진실을 전한다는 맥락에서 언론이 때로는 독자를 대신하여 권력에 맞서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제도적으로 힘을 가진 이들이 가진 권력을 온당하게 행사하는지 감시하고 살피는 역할은 언론에게 특별히 지워진 책임이며 사명인 셈이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삼권분립에 더하여 언론을 네 번째 축으로 여기는 까닭이 그에 있지 않을까. 나라의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언론에 특별하게 허용하는 까닭도 언론이 자임하는 ‘감시자의 역할’에 기인한다.
언론은 사회가 공동체적 의미를 회복하고 공론의 장을 펼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비판과 타협을 사회적으로 숙성시키는 일에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러 영역에도 목소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도 언론이 가진 본연의 사명과 역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가진 책임에 오히려 치열하게 복무하는 언론을 만나고 싶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