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건강관리를 잘 해오고 있는데 며칠 전 대수롭지 않은 운동 한 가지를 하다가 허리 근육에 이상이 와서 3일 동안 허리를 펼 수 없었다. 한의원에 가서 사연을 말하니 원장이 침을 놓아주며 이런 말을 한다. 원장의 친척 중에 무용하다가 운동 치료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령을 하나 들어도 근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 느낀다고 하더라. 이렇게 느끼다 보면 어떤 동작이 내 근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고 무리하지 않게 된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내 몸에 안 맞으면 독이 된다면서 남이 좋다는 운동 따라하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운동량은 많은데 근육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반동을 이용해서 하거나 동작 하나하나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 말을 듣다가 소설의 한 장면이 단박에 떠올랐다. 테드 창의 ‘이해’라는 단편인데, 주인공 리언이 호르몬 K 요법을 받은 후 지능이 너무 높아져서 기억력도 좋아지고 어떤 것을 보아도 ‘패턴’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에서는 패턴을 보는 능력 때문에 리언이 파국을 맞기는 하지만, 작가가 패턴을 보는 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자기 몸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근육의 전기장으로 근육 내부의 긴장까지 감지하기에 이르고 자기 몸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이런 소설의 가정이 아주 허무맹랑해 보이지는 않더라는 이야기를 원장에게 하면서, 운동 중 허리에 통증이 왔는데도 멈추지 않은 나의 무지에 실소가 나왔다. 더불어 이런 무지는 관찰력 부족에서 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관찰 대상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관찰은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을 위한 나침반이다. ‘그냥 하지 말라’의 저자, 기업인 송길영의 강연 영상을 보니, 자신을 잘 팔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유니크함,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냥 하지 말고 숙고하면서 하라고 강조한다. 서두르지 말고 단계별 퀄리티를 충분히 수행하면 내 몸에 근육이 쌓이고, 이렇게 숙고를 통해 구축된 유니크함에는 반드시 공명하는 사람들이 다가온다고 청중을 설득한다.
이제 거의 국민가수로 등극한 임영웅의 노래는 감성 장인으로 불릴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울림이 있다. 어느 블로그를 보니, 임영웅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수만 개의 조합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소리를 찾은 후에 그것이 몸에 익을 때까지 수없이 연습한다고 한다. 임영웅의 독창성 역시 자신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냥 목소리와 창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비슷한 울림을 줄 수는 없다.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는 대단한 성취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 우리가 이해하기를 멈출 때 몸도 다치고 일도 망치고 마음도 불행해진다. 충분한 관찰을 통해 나에게 맞는 동작을 알고, 나의 유니크함을 발견하며, 나의 목소리를 찾는 것은 건강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