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애서 ‘프루아나족’이 심상찮게 보인다.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프루아나는 프로(Pro)라는 뜻을 지닌 ‘찬성’과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이다. 지나치게 마른 몸을 추구하고 집착하며 거식증에 걸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하루에 500칼로리 섭취하지 않기, 먹고 토하기, 나프탈렌 같은 위험 물질을 혀 위에 올리며 식욕을 억제할 정도로 극단적인 행위를 택하기도 한다.
SNS에서 프로아나를 검색하면 키 160cm에 몸무게 35kg 유지하는 팁, 물 단식 하는 법 등의 게시글이 주로 보인다. 이들은 날씬한 몸을 넘어서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사진을 올리며 마른 몸매가 되기 위한 팁을 공유한다.
사실 나도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까지 약 5년 간 식이장애를 앓았다. 밥 한 숟가락, 반찬 몇 젓가락, 방울토마토의 개수를 세며 칼로리 계산에 집착하거나 또는 무언가를 먹는다는 게 불안해서 무작정 굶는 방법을 택하는 때도 있었다. 절식을 택하며 엇나간 성취감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쯤 불현듯 통제할 수 없는 식욕에 휩싸이면 순식간에 과자 5봉지를 해치우곤 했고, 남은 봉지 앞에선 세상이 무너질 듯한 죄책감을 겪기도 했다. 24살 이후론 먹고 싶은 것을 적절히 먹고 즐기는 방법도 알게 되었지만 사실 지금도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에선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음식 앞에선 왜 자꾸만 작고 초라해지는 걸까. 책 ‘또, 먹어버렸습니다’의 김윤아 저자는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로, 과거 6년 동안 식이장애를 겪었다. 폭식과 절식의 반복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저자는 식이장애란 ‘다이어트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이라 칭하며, 우선 마음이 자신을 봐달라고 외치는 신호를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먹는 행위는 가장 빠르고 쉽게 결핍과 불안을 채워준다. 그러나 음식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쾌락을 쫓다보면 문제가 된다. 먹는 즐거움에도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폭식증의 경우 음식은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낮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으니까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보면 내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거야”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도피성 회피는 잘못 발현되어 거식이나 폭식, 식이 장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는 큰 기쁨을 빠르고 쉽게 가져다주지만, 이는 가장 단순하게 불안을 옆으로 잠시 치워두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우선 불안을 마주하여 ‘불안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금 불안을 느끼고 음식으로 도피하더라도, 불안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받아들인 뒤에 조금 도피하는 것과 자신이 불안한지도 모른 상태에서 잘못된 굴레에 빠져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음을 콕 집어 말한다. 정확한 불안을 알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
다이어트는 장기적인 숙제다. 단순히 뚱뚱한 몸매에서 불편을 느껴 무작정 시작하면 얼마 못가 금세 무너지고 만다. 내가 왜 체중감량을 하려고 하는지, 나에 대해 잘 살펴보면 마음 깊은 곳에 허기나 불안, 우울이나 스트레스 또는 인정 욕구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식이 장애는 몸의 건강도 망치지만 인관관계에 있어서도 무력하게 만든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의 기력이 없는데다, 사람을 만나면 무언가를 먹고 마셔야 하니 자연스레 약속 자리가 불편하고 어려워진다. 식이 장애는 자신이 잘못되어가고 있단 걸 아주 잘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 그 굴레에서 빠져 나와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는 음식은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이외에 보상이 될 만한 활동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는 것을 해결책으로 권한다.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음식만큼의 만족감이 채워진다는 것을 알면 점점 쉬워진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씁쓸해지지만,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모든 이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하고 그보다 더 큰 기쁨과 건강을 얻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다이어트에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되, 체중 감량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정확히 짚어보며 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