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는 건 뭘까. 사전에선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또는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는 의미를 뜻한다. 유의어로는 독특하다 괴상하다, 특이하다라는 단어들이 뒤따른다.
ENA 채널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선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팩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영우는 한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다. 5살부터 법조문과 판례문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우는 명석한 두뇌를 지님과 동시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 수석 졸업, 변호사 시험은 15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며 천재의 면모를 보여준다.
27살이 된 영우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폐인 변호사란 타이틀을 따내며 법무법인 한바다에 인턴으로 입사한다. 하지만 대형 로펌에서 살아남기란 그리 녹록치 못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은 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라 소개하며, 갑작스레 고래 이야기에 푹 빠져서 대화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영우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옆으로 비켜서서 걸을지도 모른다. 영우는 모든 감각을 과민하게 느끼기 때문에 출근길에도 극도로 예민해져선 몸에 힘을 잔뜩 준채로 어색하게 걷는다. 회사에 도착해선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해 문 앞에서 서성인다. 어렵사리 회사 건물에 들어가도 자폐 스펙트럼 증상 중 하나인 반향어(상대방의 말을 따라하는 행위)를 사용하여 주위 사람을 난처하게 한다.
영우를 가장 위기로 몰아넣는 건 사람들의 시선이다. 일하는 변호사가 아닌, 자폐를 가진 사람으로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영우를 배려하거나, 반대로 무시 하거나, 정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변론을 하지 말아달라는 편견과 멸시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영우는 본인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는 동시에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 또한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 단정 지으며 사건을 그간의 규칙에 맞춰 해결하려하지만, 영우는 그렇지 않다. 정형화된 틀이나 선입견이 영우에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고 결정적인 핵심 키를 찾아 불리한 위기를 유리한 기회로 가볍게 뒤집는다.
장애에 대한 시선은 영우에게만 주목되지 않는다. 1화에선 노년 여성이 등장하고 2화에선 성소수자, 3화에선 영우와 같은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지만, 지능이 높지 않은 김정훈이 등장한다. 영우는 세상의 바깥에 밀려난 이들을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 집요하게 애쓴다. 그 과정에서 세상의 많은 이들이 장애를 다루는 태도나 인식이 너무나 미흡함을 극명히 보여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6월 29일 수요일에 시작했으며, 스카이TV가 운영하는 ENA 채널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에 따르면 1회엔 0.9%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2회에선 1.8%, 3회에선 4.0%, 그리고 4회만에 5.2%라는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드라마가 뜨겁게 주목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영우에게서 위안을 느낀다고 한다. 거듭되는 차별과 실패로 위기를 마주해도 영우는 엉뚱하고 유쾌하게 정의된 규칙과 틀을 마구 깨부순다. 그 과정이 과장되었다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섬세하고 씩씩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그간 영우를 편견으로 바라보았던 주변 인물들과 시청자까지 자신의 편으로 이해시킨다.
나와 다름을 인지하고 이해하려는 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내가 갖고 있던 지식과 선입견을 모조리 벗어나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장애는 무조건 보호하고 연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무작정 선의를 내보이는 건 오히려 무심히 상처를 줄 수 있단 걸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최선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이상한, 남다른, 독특한, 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깊이 공감할 때에 세상은 아주 조금씩 변화하여 단단해진다. 이러한 드라마를 마주하면 크게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