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빙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바다에 떠 있던 얼음 조각들이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떠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바람에 밀려가는 방향에 반대로 거슬러 움직이는 얼음 덩어리가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여 조사해 보았다. 어렵지 않게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바람을 거슬러 거꾸로 움직인 것은 빙산이었던 것이다. 빙산은 수면위로 드러난 부분이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물속에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교적 덩어리가 작은 얼음조각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떠밀려가지만 바다 속에 엄청난 크기를 가진 빙산은 바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닷물의 조류에 의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람도 조류도 따지고 보면 위치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그 위치의 이동 방향이 일치하지 않은 곳에 부유물이 있다면 당연히 이동에너지가 큰 쪽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여기서 얼음조각이든 빙산이든 바다에서는 부유물이다. 결국은 부유물 자체의 이동에너지가 바람이나 조류를 감당할 만큼 크다면 이미 부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바람과 조류가 공존하는 세상에 떠있는 부유물이기도 하다. 왜냐면 세상의 흐름에 역행할 수도 없거니와 자신이 엄청나게 크고 돌같이 단단하다 싶지만 세상 속에서 티끌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코스모스’가 또 떠오른다. 우주 속에 태양계가 얼마나 작으며 태양계에서 지구가 얼마나 보잘 것 없으며 지구에서 한 사람이 얼마나 미약한지 절실히 느끼게 했던 책이다.
전자공학 교과서에 광속(전파 속도)을 1초당 30만km씩 날아가는 속도라고 했다. 흔히들 1초에 지구 일곱 바퀴 반을 도는 속도라고 한다. 그 속도로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8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대충 계산해도 1억4천400만km의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지구 위에 ‘나’란 존재는 마치 수박에 앉은 먼지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항간에는 자신이 빙산처럼 방대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래서 웬만한 바람이나 촐랑거리는 물결에는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틴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의 요동치는 역사가 그를 송두리째 이끌고 간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궁금하다. 전쟁하여 이기면 되고, 자원쟁취가 전쟁의 원인이고, 자원이 곧 빙산이라고 설명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흐름에 따라 살아야 할까?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하여 온 국민의 감격과 칭찬이 조류만큼이나 한결같았다. 더욱 자랑스러운 모습은 연구원들과 기술자들이 모두 자신보다 주변 사람에게 ‘고생했다, 축하한다, 감사하다’며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인사였다.
전쟁과 분단의 참혹한 환경에서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는 감동스러운 조류가 흐른다. 누리호에 쏟은 연구와 기술이 작은 얼음조각이면 어떻고 빙산이면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