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순식간에 아수라장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빌딩 화재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전했다.
피해자 A씨는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너무 많아 밑으로는 대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 B씨는 “건물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한 변호사 C씨는 “대피 과정에서 봤는데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다”며 “방화범이 문을 연 채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건물 안에 있었던 한 20대 여성 D씨는 “갑자기 2층에서 고함치는 소리랑 뭐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면서 “처음엔 불이 난 줄 모르다가 연기가 올라와서 탈출하려고 했는데 연기 때문에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창문을 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한 사무실에서 발견됐으며, 이 사무실은 폐쇄적인 구조를 보였다. 사무실에는 작은 창문이 있었지만, 연기를 배출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했다.
이날 사무실 관련 유일한 생존자는 사고가 난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다. 그는 별도로 개인 방을 사용한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은 두 변호사가 합동으로 개업한 곳으로, 평소 변호사 2명을 포함해 10명이 내근하는 상황이고, 이날은 7명이 사무실에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 용의자가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용의자 시신 전반에 불에 탄 흔적이 명백해 분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사건이 발생한 해당 건물은 지하를 제외하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건물 위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계단 하나와 엘리베이터 하나가 있지만 비교적 좁은 데다 사무실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복도는 폐쇄된 구조여서 2층부터 차오른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연기 흡입 부상자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