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가 원산지···1920년 조경용으로 국내로 가정의 달맞아 상춘객 발길 이어져
초록의 싱그러움이 짙어가는 5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 마비정 삼거리에 이색적인 봄의 전령사가 찾아왔다.
지난 1일 수줍게 한두 송이 꽃망울을 터트리던 ‘붉은 아카시아(붉은꽃아까시나무)’가 어린이날인 5일, 마침내 흐드러지게 만개하며 상춘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연녹색 잎사귀 사이로 탐스럽게 피어난 진분홍빛 꽃송이들은 마치 삼거리를 화사한 수채화 물감으로 물들인 듯 장관을 연출한다. 하얀 향기 대신 진한 붉은빛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붉은 아카시아는 어떤 나무일까.
우리가 흔히 아는 아카시아(아까시나무)는 하얀 꽃을 피우지만, 마비정 삼거리의 주인공은 멀리서 보면 마치 영산홍이나 자목련을 연상케 하는 짙은 분홍빛을 자랑한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장미목 콩과의 낙엽 교목으로, 정식 명칭은 ‘붉은꽃아까시나무’(꽃아까시나무)다. 1920년대 무렵 한국에 조경용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흰 아카시아보다 꽃송이가 더 크고 탐스러우며,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피어난다. 흰 아카시아만큼 향이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풍겨 코끝을 자극한다.
현재 마비정 삼거리에는 이 희귀한 붉은 아카시아나무 몇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매년 이맘때쯤 마을의 명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비정(馬飛亭) 마을은 이름에서부터 애틋한 전설을 품고 있다. 붉은 아카시아의 강렬한 빛깔은 어쩐지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과 닮아 꽃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련하게 만든다.
옛날 이 마을에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비마(飛馬)’가 살고 있었다. 당시 이곳을 다스리던 장수는 비마의 기량을 시험하기 위해 “내가 쏜 화살보다 늦게 달리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활을 쏘았다.
비마는 바람처럼 달려 화살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화살이 보이지 않자 장수는 비마가 진 줄 알고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 순간 뒤늦게 화살이 날아와 꽂혔고, 장수는 자신의 경솔함을 크게 후회하며 비마를 위해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훗날 사람들은 말의 넋을 기리며 이곳을 ‘마비정(馬飛亭)’이라 불렀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봄마다 피어나는 이 붉은 아카시아꽃이 아깝게 목숨을 잃은 천리마의 뜨거운 붉은 피이자,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일편단심의 사랑과 충정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를 구전으로 전하고 있다.
이곳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연인들에게 최고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늘 하얀 아카시아만 보다가 녹음 속에서 피어난 분홍빛 아카시아를 보니 마술을 부린 것 같다”며 “마비정 삼거리의 전설을 듣고 보니 꽃이 더 붉고 애틋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 도시철도를 타고 대곡역에 내려 1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달성 2번 마비정가는 버스를 타고 마비정 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유병길 시민기자